"증권투자 전문기관으로 `대응력 부족'"

코스콤의 시세 정보 오류로 증권사가 손해를 봤더라도 거래를 중단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아 피해가 증가했다면 코스콤보다 증권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23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민사16부(강영호 부장판사)는 우리투자증권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코스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코스콤이 우리투자증권에 7억5천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06년 10월 초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선물 및 주가지수옵션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이날 정오를 조금 넘겨 약 8분간 코스콤의 주가지수 선물시세 분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시세가 `0'으로 전송되거나, 실시간 선물시세가 아닌 이날 오전 특정 시간대의 시세가 전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스콤은 증권선물거래소의 시세정보를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회사에 독점 공급하고 있었는데 사고 당시 제공된 정보의 영향으로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와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ELW)을 정상가보다 낮게 팔고 비싸게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거래 책임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화면에 데이터가 나타나지 않자 전산실에 연락했지만 약 3분 후 오전 시간대의 시세가 재전송되자 이를 정상 시세로 판단해 별도의 거래 중단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날 우리투자증권은 이 거래로 25억2천800여만 원의 손해를 봤으며 "코스콤의 잘못된 선물시세 정보로 ELW 유동성공급 호가가 비정상적으로 계산됐다"며 피해액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우리투자증권이 전문 금융기관임에도 선물시세 정보가 나타나지 않거나 평소보다 크게 차이 나는 정보가 제공되는 상황에도 별 조치 없이 주문을 한 잘못을 인정해 코스콤의 책임을 25%로 제한했고, 항소심도 코스콤의 책임 비율을 달리했지만 여전히 증권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권투자 전문기관으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잘못된 시세 정보가 제공되면 즉시 투자계약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하며 같은 사고에 의한 손해액이 다른 증권사보다 현저하게 많은 것도 대처능력 미비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코스콤의 책임을 손해액의 30%로 제한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