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인 한화건설의 회사채 발행 추진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 건설주들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20일 건설업종지수는 강보합에 그쳤지만 중소형 건설사는 급등세를 탔다. 풍림산업이 사흘째 상한가로 치솟았고 신일건업과 삼환까뮤도 각각 14.13%,13.38%나 급등했다.

삼부토건이 10.48% 올랐고 동부건설(7.10%) 삼호개발(6.26%) 코오롱건설(3.94%) 벽산건설(3.54%) 한라건설(2.27%) 등도 상승세에 동참했다. 쿠웨이트 정부가 국영석유공사(KNPC) 발주 공사의 취소를 공식적으로 통보하면서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약세를 보인 것과는 크게 대조됐다.

유동성 위기의 진앙지로 여겼던 중소형 건설주가 이처럼 차별화된 강세를 보인 것은 그동안 시장에서 배제돼왔던 비우량 회사채의 해빙 기대감 때문이다. 신용등급 'BBB+'인 한화건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이 같은 분위기가 여타 BBB급 건설사의 유동성 해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화건설은 오는 27일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만기 1년6개월,금리 연 8.9%에 증권사 총액인수 방식으로 발행키로 했다. 이 회사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최대주주인 ㈜한화의 신용등급이 높은 데다 대한생명 한화석유화학 등 계열사의 높은 자산가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한화건설 채권은 상당 부분 개인이나 일반법인 등 소매채권용으로 소화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함께 이번 채권 중 400억원을 총액 인수한 동양종금증권은 연 8.5%의 개인(일반법인)용 특판채권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화증권도 400억원 중 200억원은 기관투자가들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개인 대상 소매채권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BBB급 회사채를 100억원 이상 소매 시장에 내놓기는 지난해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의 주가 급등은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화건설의 회사채 발행으로 유동성 해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살얼음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언제든지 다시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아직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준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한화건설은 그룹 건설사로 담보가치가 높아 다른 BBB급 건설사와 비교하긴 힘든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선 중소형 건설사의 신용경색 해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과도해 보여 주가 재평가를 말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음 주에도 한화건설을 포함한 10개사, 2조250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신용등급 AA-인 삼성중공업이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우리금융지주(3000억원) 엔크린제8차유동화전문(4000억원) 유로카캐리어스(2000억원) 두산엔진(1300억원) 등도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선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