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상황 개선 기대…불확실성은 여전"

`네 마녀의 날'로 불리는 주가지수와 개별주식 선물ㆍ옵션 3월 물의 동시 만기일인 12일 이후 증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만기일 이후에도 외국인의 선물 환매수가 지속하면서 수급 상황이 개선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 뚜렷한 지수 흐름 없이 개별 테마 종목 중심의 `각개전투'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인 11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며 전 주말(1,055.03) 대비 72.48포인트(6.86%)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네 마녀의 날'을 앞두고 선물시장에서 매도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6천180계약을 순매수하며 현ㆍ선물 간 가격 차인 베이시스를 끌어올린 덕에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를 위주로 4천4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감에 따라 외국인들이 만기일 이후에도 이 같은 손절매성 선물 매수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현재 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2만계약 이상의 누적 선물매도분이 쌓여 있다"며 "이중 절반 정도를 롤오버(3→6월물로의 이월)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외국인의 매매 행태와 동행성을 보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최근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지고 있어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은 만기일 이후에도 매수 쪽에 무게를 둘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주변 증시여건 역시 우호적이다.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안정 의지와 국내 시중은행의 달러 유동성 확보 등에 힘입어 한때 1천6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으며 2주 만에 1천400원대로 진입했다.

당분간 환율은 추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환율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증시 복귀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려할 만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1,2월 실적 호조를 언급하며 뉴욕증시가 금융주를 중심으로 급등했지만 금융불안이 누그러들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씨티그룹의 실적 발표일이 4월17일로 한 달 이상 남아 있는 데다 부실자산 상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장기 생존가능성을 판가름할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씨티그룹이 증시와 금융권의 `폭탄'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만기일 이후 미국증시 반등과 수급 호전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대외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가지수보다는 개별 종목이 약진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권 부실규모와 국유화 불확실성, 제너럴모터스(GM) 파산 문제 등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해 만기일 이후 프로그램 매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더라도 대형주의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급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은행, 유틸리티, 여행, 운송 업종과 이익창출 능력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가진 종목 중심의 매매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