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에 휘말린 탑엔지니어링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손영태 주주가 회사 경영정보를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기주주총회를 일주일 가량 앞둔 상황에서 손씨의 M&A 시도를 막아내기 위한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탑엔지니어링 경영진들은 12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관한 의견표명서'라는 공정공시를 통해 △표리부동한 소액주주활동 △적법치 못한 소액주주활동 △회사에 대한 그릇된 정보 유포 등으로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손씨를 비난했다.

탑엔지니어링은 우선 "손씨가 자신의 회사인 (주)케이씨를 우회상장시키기 위해 탑엔지니어링을 M&A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라며 "이는 회사의 성장을 도와 과실을 공유하는 정상적인 소액주주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씨가 운영하고 있는 케이씨의 경우 탑엔지니어링의 LCD(액정표시장치) 및 LED(발광다이오드) 제조장비 사업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탑엔지니어링은 또 "손씨가 2007년 9월18일 자신이 111만6118주(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는데 2008년말 주주명부를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주식수는 96만6849주(6.4%)로 지분이 1% 이상 감소했다"며 "1% 이상 변동이 생길 경우 공시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아 증권관련 법률과 규정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구미공장에서 주총을 개최, 주주들의 무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는 손씨의 기존 주장에 대해서는 "상법 및 회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주주총회는 본사 및 그 인접지에서 개최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맞섰다.

탑엔지니어링이 이처럼 주주총회를 코 앞에 두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관한 의견표명서'라는 공시를 내 주주들에게 회사 입장을 밝힌 것은 '표대결'을 염두해 둔 사전 방어전략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탑엔지니어링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0일 오전 9시 경북 구미시 고아읍 오로리 인근 구미본사 1층에서 개최된다. 탑엔지니어링은 이 자리에서 박창순 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황영구, 김시인, 이상용 사외이사를 연임시키고 황영구 변호사의 감사위원 신규선임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씨는 일단 이들 경영진의 재선임 안건을 두고 조목조목 살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손씨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해 탑엔지니어링의 주식 3000주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포괄적 위임 양식의 권유문을 보내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손씨는 "탑엔지니어링 경영진들의 억측에 대해 즉각 대응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2007년 당시에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을 때와 작년말 보유지분을 비교해 1%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