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00선 안착을 시도하는 가운데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가 '환율효과'에 힘입어 선방하고 있어 주목된다.

IT와 자동차는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에서 대형주 중에서 원 · 달러 환율 고공 행진의 수혜가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 종목이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가 선방의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주는 일제히 하락 반전

12일 코스피지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0.88포인트(0.08%) 오른 1128.39로 장을 마쳐 나흘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 3% 넘게 오르며 1100대를 회복한 뒤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은 지수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져 크게 오르기는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은 지수 1200선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권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1200선을 넘어서려면 글로벌 금융 불안 해소와 경기 호전 같은 근본적인 상황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동유럽발 신용 불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자칫 이들에 대출을 많이 한 서유럽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며 "미국 중국 등의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의 효과가 확인돼야 지수가 본격적인 상승 탄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 효과'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은행주들이 이날 일제히 하락 반전한 것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이 보합으로 마감한 것을 빼고는 우리금융(-4.35%) 신한지주(-1.29%) KB금융(-0.62%) 등이 모두 떨어졌다.

◆하이닉스반도체 4% 이상 급등

IT와 자동차의 선방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10%와 2.50% 뛰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현대차도 보합으로 장을 마치긴 했지만,이날 장 중반 코스피지수가 1107선까지 밀렸을 때도 상승세를 유지할 정도로 선방했다.

이 같은 선방의 배경으론 환율효과가 첫손에 꼽힌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어서 IT와 자동차 기업들이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해외 경쟁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수요 위축,자국 통화가치 강세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어서 기관과 외국인의 가장 중심적인 매수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기관 순매수가 이어진 최근 사흘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종목별로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대만 정부가 반도체 업체들의 대통합을 철회키로 했다는 소식에 탄력을 받았다. 대만의 부실 업체가 파산하게 되면 반도체 감산으로 업황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닉스는 4.63% 급등,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삼성전기는 도요타고세이와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특허를 공유키로 한 점이, LG디스플레이는 필립스의 지분 매각으로 오버행(대량 매물) 부담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호재로 작용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에 현대차가 에쿠스 신모델을 내놓으며 '신차 효과'를 앞세워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