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지수와 개별 주식에 대한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인 12일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물 · 옵션 만기일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증시를 압박하지만 외국인이 그동안 팔아놓은 선물 누적 매도 물량을 청산하고 있어 이번에는 마녀들의 심술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8일째 선물 매수

외국인은 11일 지수 선물을 6180계약(4534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1월28일(6393계약 순매수) 이후 한 달 반 만의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수세로 베이시스가 개선되자 차익거래(2547억원)와 비차익거래(1496억원)를 합쳐 4043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돼 주가 강세를 뒷받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물 누적 매도분을 대거 청산(선물 매수 · 현물 매도)하고 있어 이번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엔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촉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이 청산하지 않고 6월물로 롤오버(이월)시키고 있는 물량도 투기적 성격보다는 단순 헤지 목적인 것으로 보여 외국인 선물 매매가 당분간 시장을 짓누르기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선물·옵션 만기일…'네마녀' 심술 없을 것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전날부터 선물 매매의 손실 구간에 접어들어 빠른 속도로 선물 손절매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중에 외국인의 급속한 선물 매도 환매수가 이뤄지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자극했다"며 "특히 베이시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차익거래는 물론 비차익거래의 상당액이 외국인 선물 매매 때문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만기일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선물 매도 포지션을 4만3900계약(약 3조1000억원)이나 쌓았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날까지 롤오버와 청산을 통해 처리, 2만7000계약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6월물로 롤오버된 물량이 1만계약 정도인 것으로 분석한다. 최 연구원은 "롤오버된 물량이 어떤 성격인지가 중요하다"며 "증시 하락을 노린 투기적 목적보다는 헤지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싼 값에 롤오버시킨 데서 이 같은 성격이 확인된다"며 "3월물을 가지고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외국인이 원 · 달러 환율 안정 등으로 시장이 반등하자 헛물을 켠 셈이 됐는데,6월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3월 만기일 이후엔 외국인 선물 매매가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실제로 프로그램 매수세도 유입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락으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한 선물 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남은 선물매도분도 청산할 듯

외국인의 선물 누적 매도분 가운데 남은 물량은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만기일에 이 물량이 롤오버되느냐,청산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좌우될 전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추가로 롤오버하기보다는 청산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인덱스펀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심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이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전날과 달리 청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 데서 이런 움직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만기일에 3월물과 6월물의 가격차인 스프레드 추이가 관건이 되겠지만,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일단 프로그램 매수 우위가 점쳐진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많이 들어오더라도 이 틈을 노려 차익 실현에 나서는 세력이 등장하면 코스피지수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청산과 이에 따른 인덱스펀드의 프로그램 매수세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 만큼 이를 겨냥해 일부 기관이 주식 편입 비중을 축소하려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