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3월 첫 주 코스피 지수는 장중 1000선을 밑돌았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분위기를 싹 바꿔 1100선을 돌파했다.
2차 금융위기가 일단락됐다는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 급락이 반등의 원동력이 됐다.

증시 전문가들도 얼마전까지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었지만, 조금씩 기대감을 드러내는 눈치다.

곽병열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의회 연설을 통해 대형은행의 몰락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안하는 등 강한 정책적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고, 씨티은행의 1~2월 실적개선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미국 금융위기 전염 현상은 잠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동성 개선 효과에 힘입어 본격적인 반등국면에 진입해 12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랠리가 1200선 이후까지 지속되려면 미국 부실기업이 원만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출 구조상으로는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증시의 경우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고 중국 내수 경기부양이라는 재료가 아시아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는 환율 안정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하락, 외국인의 채권 매수 등이 호재라고 봤다.

지수 급반등에 발맞춰 순환매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은행주가 환율 급락과 금융위기 우려 후퇴라는 호재의 출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봤던 은행주가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시 금융위기가 악화된다고 해도 은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증권사 서영수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여건 개선만이 국내 은행주의 상승을 결정하는 변수인데, 씨티그룹의 실적 개선은 금융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수혜주에 대한 '러브콜'도 여전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증시 차기 주도주로 IT, 자동차 외에 제약업종과 그린테마주를 꼽았다. 제약은 미국 복제 의약품 시장 확대로, 그린 테마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키움증권도 그린에너지 사업이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이머징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