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증시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모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의 실적 호전과 글로벌 금융위기 완화 가능성 등으로 미국 뉴욕과 유럽 증시가 급등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외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 환율.주가, 미국발 호재에 방긋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 기준 12일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가 1,48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8% 상승해 1,12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미국 뉴욕 증시가 상승한데 따른 것이다.

전날 뉴욕증시는 씨티그룹의 실적호전과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업틱룰(Uptick rule)'을 부활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급등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연설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질서를 회복한다면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내년에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중국 경기 회복 가능성, 금융 측면에서 미국의 단기적 신용위기 완화 가능성이 각각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매수세를 나타내 증시도 반등하는 선순환 구도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용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주 4.65%까지 상승했으나 이번 주들어 4.50% 선으로 소폭 떨어졌다.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인 지난해 10월 24일의 6.99%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1월 중순 2.60~2.90%보다는 크게 높다.

CDS 프리미엄은 신용파생거래의 수수료로, 금융회사 등의 파산 위험에 대한 보험료 성격이다.

따라서 높을수록 신용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2013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평채 가산금리도 이달초 3.5%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이번주 3.4%선으로 조금 후퇴했다.

◇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증시 급등과 환율 급락으로 코스피지수 1,000선 지지와 원.달러 환율 1,600원 저항이 단기적으로 확인된 데 대해 일단 안심하는 모습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지수는 그 동안 저항선 역할을 했던 1,2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외 여건이 크게 호전되지 않은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화 유동성 부족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대다봤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 상승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시도로 보인다"며 "당분간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지나치게 비관론이 증폭됐다는 인식에 따라 환율 등 금융시장이 반작용을 나타내고 있다"며 "동유럽 국가 부도 또는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도산 우려 등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도 "외환시장에서 3월 말 기준 환율이 중요한 만큼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