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는데도 소비자가격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값 하락분이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을 이유로 내세워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 수입가격↓..소비자가격↑
식품류 원료의 수입 가격은 급락했는데도 소비자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1월의 밀 수입가격 지수(2005년=100)는 198.84로 최고점이었던 작년 2월의 312.40에 비해 36.4%나 떨어졌다.

이는 원화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환율 요인을 감안해도 수입원가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밀가루가 주원료인 라면의 가격은 작년 2월 108.80에서 올해 2월 124.4로 14.3%나 오른 상태다.

국수가격 지수는 120.0에서 168.4로 40.3%가 상승했다.

빵은 102.7에서 120.4로 17.2%, 식빵은 104.9에서 123.3으로 17.5%로 각각 올랐다.

비스킷 소비자가격 지수는 2월에 172.1로 지난해 같은 달의 117.3에 비해 46.7% 올랐다.

스낵과자는 119.0에서 137.8로 15.8%, 초콜릿은 119.0에서 136.6으로 14.8%, 아이스크림은 104.4에서 141.8로 35.8%의 상승률을 각각 나타냈다.

게다가 제분업체들은 밀가루 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소비자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제분업체들은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입장이다.

쇠고기 수입물가지수도 1월에 109.50으로 최고점이었던 작년 10월의 127.53에 비해 14.1%가 떨어졌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의 가격지수는 오히려 오름세다.

작년 2월 96.2였던 수입 쇠고기의 가격지수는 작년 10월에 101.4로 높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1월 103.8, 2월 103.2로 더 올라갔다.

◇ 생필품값 줄줄이 인상
최근에는 소주, 식용유, 세제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소비자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 참이슬(360㎖)이 대형할인점에서 1월 초부터 1천 원으로 약 6% 올랐다.

CJ제일제당의 콩기름(1.7ℓ)과 포도씨유(900㎖)도 지난달 19일 각각 5천750원과 9천500원으로 10%, 17%씩 인상됐다.

세제류에서는 옥시크린(3㎏)이 지난달 1만7천400원으로 약 10%, 피죤(3.5ℓ)은 7천880원으로 약 13% 각각 올랐다.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우유 등 유제품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현재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연초에 비해 20% 이상 인상됐다.

CJ제일제당은 오는 9일부터 설탕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하기로 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과일도 지난해보다 30~100% 비싸졌다
이미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작년 동월보다 9.9%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의 2배를 웃돌았다.

기획재정부 이종화 물가정책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환율 상승 때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던 업체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며 "또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을 연이어 또는 과도하게 올리는 업체도 있는 만큼 인상폭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 모니터링 테스크포스'와 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을 지속적으로 가동해 지나친 가격 상승을 억제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