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2003년 이후 5년만에 처음 10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부채비율 5년만에 100% 돌파

5일 재계 전문사이트 재벌닷컴이 민영화 공기업을 제외한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10대 대규모기업집단 상장 73개 계열사(금융계열사 제외)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101.9%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말 10대그룹 평균 부채비율 84.3%에 비해 2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2003년말 118.2%를 기록한 이후 5년만에 처음 100%를 넘어선 것이다.

10대그룹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00%를 넘었으나, 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4년말 97.5%까지 떨어졌다.

10대그룹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현대중공업으로 314.2%에 달했다. 이는 선박을 건조하기 전에 받은 선수금이 부채로 잡혔기 때문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재벌닷컴은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환차손 등으로 1조원인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278.7%의 부채비율을 기록, 전년의 190.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한화그룹의 부채비율도 전년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져 165.5%에 달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작년 말 부채비율이 169.1%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전년의 181.5%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재무 건정성이 가장 좋은 편인 삼성그룹도 2007년말 59.1%였던 부채비율이 작년말 77.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확보 '비상'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10대 그룹의 작년 말 현금성 자산은 52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말 40조1000억원보다 31.9%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만기 3개월 미만의 채권, 유가증권 등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작년 말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렀던 금호아시아나와 한화의 현금확보 노력이 두드러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7년말 1조3000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을 작년말 3조9000억원까지 늘렸다. 한화그룹도 일년 새 현금성 자산이 2조원 넘게 늘었다.

작년 말 부채비율 118.8%를 기록했던 SK도 일년 새 현금성 자산을 3조원이나 늘려 작년말 현금성 자산이 5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