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과 달리 정부가 3월들어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소기업 등에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너무 늦었다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얇아진 시장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매수세가 겹겹이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만 축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수급보다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시장이 민감해진 상황에서는 약간의 달러 매물로도 방향선회를 이끌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이 내린 1551원으로 마감됐다.
중국 증시 급등으로 국내 증시가 3% 이상 상승한 것이 하락의 주요인이지만 외환 당국의 적절한 시장개입이 환율 하락폭을 키웠다고 딜러들은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175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지난달 10일 이후 17일째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외환 수급 악재로 떠올랐다. 외국인은 17거래일 동안 무려 2조730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당국이 비교적 적은 금액만 투입하면서 환율 상승을 막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증시 하락 등의 여파로 개장 초반 1578.5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은 이 때부터 달러를 서서히 풀어 환율 급등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당국이 공급한 달러는 4억달러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은 2일과 3일에도 각각 7억달러를 공급하며 환율 급등을 막았다.

정부의 개입 의지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날 윤 장관은 국회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 출석, "한국은행과 긴밀히 협조해 외환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해 추가 개입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시장 개입경계감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이는 앞서 환율 폭등세를 보였던 지난해 11월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3~25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576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면서 원달러 환율은 200원 이상 급등했다. 당시 외환당국은 개입은 물론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외화보유고를 축내면서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환보유고를 축내면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외환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당국의 시장개입을 적극 만류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와 한중일 양자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유사시 가동할 수 있는 달러를 높이는 한편 적은 금액으로 미세조정만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가 국내외 언론에서 단기외채 상환 압박으로 외환보유고가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은 상황에서 막대한 달러를 풀어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시장개입 최소화와 외화 유동성 확보라는 외환정책 기조 아래 시장심리를 이용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실질적인 환율 하락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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