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내수 부양 기대를 호재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우려,원 · 달러 환율 불안 등 악재 투성이인 증시에 5일 나올 중국의 부양 조치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계 화학 철강 조선 등 전통적인 수출주 외에도 중국 내수 활성화 기대로 정보기술(IT) 자동차 음식료 등으로 중국 수혜주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상한가

4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미국 증시의 반등 실패와 환율 급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오전 10시께 1008선까지 밀린 지수는 중국 증시가 강세로 출발하고 중국 경기지표가 호조를 나타냈다는 소식에 오전 11시께 상승세로 돌아서 상승폭을 키웠다. 환율 상승세가 진정된 것도 투자심리를 회복시켜 외국인의 17일 연속 매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33.69포인트(3.29%) 뛴 1059.26으로 마감해 이틀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중국 내수 부양의 직접 수혜주로 꼽히는 기계업종이 8.71% 급등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대표적 중국 관련주"라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지난달 굴착기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8% 이상 증가했고,이달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중국의 풍력발전 수혜주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지난해 중국은 6300㎿ 규모의 풍력발전 투자를 집행해 전년까지 누적 규모(5900㎿)를 넘어섰고 올해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태웅 평산 용현BM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종과 철강업종도 3.14%와 3.30% 올라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LG화학은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3.44% 상승했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30%가 넘어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내수 부양은 인근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쳐 화학과 정유업체들엔 중국 수출 증가와 함께 아시아 지역 수출 호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가장 큰 폭인 6.12% 급등한 2198.11에 마감했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 · EM분석팀장은 "2월 신규 신용대출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어 크게 증가한 데다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3으로 3개월 연속 올라 산업생산이 바닥을 탈출하는 징후가 감지된 게 중국 증시 상승세와 국내 중국 관련주 급등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 국회)에서 대형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소식도 기대감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소비업종도 수혜 기대

중국이 내수 부양을 통한 경제 회생에 주력하면서 국내 중국 관련 수혜주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기계 화학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소비재 업종으로 중국 수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내수 소비 증가로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중국 정부의 가전구매보조금 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을 구매한 영수증을 가져오는 농촌지역 주민에게 구매금액의 13%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조 팀장은 "이 제도가 전자레인지 오토바이 컴퓨터 온수기 에어컨 등으로 확대될 계획이어서 국내 관련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LG생활건강의 죽염치약,농심의 라면,웅진코웨이의 비데 등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매출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조선과 철강은 중국 수혜가 예전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다. 홍호덕 아이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조선 철강 등은 중국이 자국 업체를 대형화시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길게 보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