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또다시 1000선을 위협받는 등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하자 일부 증권사의 주가가 1000원에도 못 미치는 이른바 '껌값' 수준까지 떨어졌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액면가 500원짜리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1주의 주가(3일 종가)는 800원에 불과하다. 인수ㆍ합병(M&A) 이슈로 지난해 말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는 16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대주주의 갑작스런 매각 철회 결정과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 탓에 2개월 새 반토막이 났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옛 CJ증권 및 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나효승씨를 사장으로 임명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으나, 주가는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도 증권주 가운데 가장 싼 주식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의 액면가 1000원짜리 보통주 1주의 가격은 800원이다. 주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특별한 이슈 없이 지난해 말부터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밖에 골든브릿지증권 SK증권 등도 주가가 1000원대에 거래되는 주식들이다.

일부 증권주가 이처럼 싸게 거래되고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증시 약세 탓에 증권사들의 실적전망이 안 좋은 영향이 크다. 전통적인 영업 기반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정체와 펀드판매 부진, 투자자산의 부실 우려 등이 증권주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이날 증권주의 실적 개선을 논의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으로 지켜볼 것을 권고했다.

대신증권은 "증권사가 보유중인 통안채와 산금채, 은행채의 스프레드(격차)가 지난해 9월 수준까지 축소돼 추가적인 스프레드 축소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권사 수익에 효자 노릇을 한 채권부문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다.

또 일평균 거래대금이 앞으로 크게 늘어나기 힘들고,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가 강화돼 수익증권 판매 회복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은행(IB) 부문의 회복도 지연되고 있어 증권사 수익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