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간판 수출주들이 '환율효과'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원 · 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수출주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3일 4.36% 급등한 4만9050원에 장을 마친 것을 비롯 현대중공업(3.60%) 삼성전자(2.92%) 포스코(2.64%) 등 국내 대표 수출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자동차와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업종은 3.25% 뛰며 증시 반등을 주도했다. 또 전기전자업종과 철강업종도 각각 2.83%와 1.48%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수출주 '4인방'은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밀리는 급락 상황에서도 줄곧 강보합을 유지하며 지수 낙폭을 줄였고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았다. 이에 따라 간판 수출주가 이름값에 걸맞게 1000선 붕괴 위기에 몰린 증시를 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오전 급락장에서 대형 수출주들이 '증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는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오전 10시30분께 환율이 하락 반전했지만 환율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히 높은 수준이란 인식이 뒷받침되면서 수출주 강세가 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사흘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도 수출주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간판 수출주는 프로그램 매수세의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수출주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환율효과가 앞으로도 수출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기정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2.3%포인트 상승하고,올해 평균 환율 예상치가 1259원으로 지난해(1108원)에 비해 높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철강과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수출가격 인상 효과가 있지만 철광석 등 원재료 수입비용과 달러부채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조선업체들의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주지만 경기 침체로 신규 선박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어 환율 수혜를 누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