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16일 연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은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95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16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2조5733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10일 이후 하루평균 1600억원 넘게 팔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잇단 매도 공세에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줄어 외국인 보유 비중은 28.3%로 지난 1월 말(28.7%)에 비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치고 있다.

선물시장의 누적 순매도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화될 수 있는 시점인데도 이처럼 '팔자'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동유럽 위기가 불거진 이후 외국인 매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계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을 제외한 주요 유럽 국적의 외국인은 올 1월까지는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나타냈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 확대로 서유럽 금융업체들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 자본 확충을 위한 디레버리징(차입금 축소)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 연구원은 "올 들어서도 헤지펀드의 청산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상업은행 국유화 등과 맞물려 미국계 자금의 이탈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럽계 자금 이탈은 증시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재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다시 심화될 수 있고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동유럽이라는 점에서 유럽계 외국인의 매도 전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외국인 가운데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외국인 매도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