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조건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파는프로그램 매물이 6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쏟아져 증시를 짓눌렀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무위험 차익거래의 기회가 생겨나자 원 · 달러 환율 급등으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대거 프로그램 매매에 몰려든 탓이다. 여기에 외국인이 4개월 만의 최대 순매도로 시장을 압박,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2일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곧장 1044선까지 밀렸다. 원 · 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했고 지수는 힘없이 흘러내려 낙폭을 키웠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44.22포인트(4.16%) 내린 1018.81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15일(6.03% 하락)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하락률이 컸다. 연중 신저가를 새로 작성한 종목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35개에 달했다. 대형주 가운데 기아차 동양제철화학 삼성SDI CJ제일제당 등은 연중 신저가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 급락엔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의 순매도가 각각 3255억원과 2744억원에 달해 프로그램 매물이 5999억원어치 쏟아졌다. 이는 지난해 9월11일(913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개인이 선물을 1737억원어치 팔아치우면서 베이시스를 악화시켜 프로그램 매물을 초래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까지 대규모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 악화를 주도했던 외국인이 이날은 순매수로 돌아섰지만,환율 급등 등으로 증시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개인이 공격적으로 선물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이날 평균 베이시스는 -0.97로 지난주 평균(-0.34)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 악화로 오는 12일 만기일까지 0.85~0.9%의 수익률(연 28~30%)을 기대할 수 있는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가 생겨나 기관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팔아 선물을 사는 스위칭 매매 전략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베이시스는 기관이 거래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악화돼 인덱스펀드 중심으로 스위칭 매매가 활발했다"며 "베이시스의 흐름은 추세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베이시스의 마이너스 상태(백워데이션)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증시 급락의 요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18억원을 처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4일(449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날까지 15일째 이어진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0일부터 15일 동안 2조377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6월9일부터 33거래일간 매도 우위를 보인 이후 가장 긴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원 · 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점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