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분 5% 이상 보유종목을 속속 공개하면서 관련주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우량주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코스닥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에서 사들일 만큼 기술력이나 성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를 2일 무더기로 공시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일반투자자와 달리 '5%룰'을 적용받지 않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예외 규정이 사라지면서 주식을 5% 이상 보유 · 취득하거나 추가로 1% 이상 지분 변동시 매월 10일까지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다. 법 시행일인 지난 2월4일 현재 대량 보유지분에 대한 첫 공시는 3일까지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5.9%) 현대중공업(5.2%) 현대차(6.9%) 신한금융(6.2%) 하나금융(8.1%) 등 대부분 대형주이지만 중소형주도 일부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까지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 보유를 공시한 상장사는 총 132개사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115개사인 반면 코스닥상장사는 17곳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투신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녹색성장주보다는 코스닥 전통 IT(정보기술)주를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7.16%)를 비롯해 모아텍(6.97%) KH바텍(6.44%) 티엘아이(6.82%) 한단정보통신(6.55%) 에이스디지텍(6.43%) 다음(9.13%)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투어(7.08%) 모두투어네트워크(5.6%) 등 여행주와 진성티이씨(6.54%) 위닉스(8.21%) 등 기계장비주도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가방앤컴퍼니(6.27%) 폴리플러스(9.46%) 삼보판지(6.92%) 등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기업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은 철저한 내부 기준을 통해 운용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해당 코스닥 기업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성까지 한 차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일반 운용사보다 장기투자가 기대되기 때문에 해당 종목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따라하기'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시장의 급락에도 불구,에이스디지텍과 폴리플러스는 1~2% 올랐고 아가방컴퍼니 티엘아이 삼보판지 진성티이씨 등은 보합권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무작정 '국민연금 따라하기' 전략은 낭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과거 '미래에셋 따라하기' 전략이 큰 재미를 못 봤듯이 국민연금 종목을 무턱대고 산다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이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사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