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가 최고치였던 2007년 10월보다 50% 이상 떨어지면서 미국 증시에 비관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더그 로버츠 채널캐피털리서치닷컴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를 바로잡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이젠 벗어나 경제 회복에 몇 년이 걸릴 것이란 인식이 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주가 하락폭이 컸던 이유도 바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3월 첫 주도 최근 주가 하락폭이 컸다는 사실 외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

특히 실업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오는 6일2월 실업률을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2월에도 실업자가 63만명 증가,실업률이 7.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월 실업률은 7.6%였다.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빅 3'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JP모건체이스 등 우량 기업들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어 실업률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말 실업률을 8.1%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현재 실업수당을 받는 해고근로자는 510만명을 넘어 5주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앞서 4일에는 고용 서비스 업체인 ADP가 2월 비농업 민간 부문의 일자리 통계를 발표한다. 또 다음날에는 주간 최초실업청구 수당 신청자수가 나온다.

주택 관련 통계로는 3일 발표되는 잠정주택 판매 현황이 관심이다.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모기지 금리도 낮아졌지만 주택매수세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됐던 1월 기존주택 판매는 30만9000채로 전월보다 10.2% 감소했다. 경매로 집을 사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택 매수세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한 연방 정부의 다양한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는 주택 가격 추가 하락에 따른 우려로 매수세가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 값이 계속 떨어지면 금융사의 부실자산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올 수 있다.

대형 은행의 악성 자산 처리 문제가 시장의 관심사로 대두되는 가운데 재무부가 민 · 관합동 펀드 설립을 위한 세부 방안을 공개할지도 주목된다. 민간투자자에게 어떤 유인책을 제공하고 부실 자산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을 찾게 될 수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상원 금융위원회에 나와 "금융시스템이 안정되면 내년부터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미 연방정부는 자산 규모 1000억달러가 넘는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께 조사 결과가 나올 일부 은행에 대해선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