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주체.모멘텀.주도주 없는 무기력증

국내 증시가 대내외 악재로 뚜렷한 매수주체와 모멘텀, 주도주가 없는 이른바 '3무(無)' 장세의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승을 뒷받침할 동력이 없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의 선.현물 매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미국 증시와 동조화 강화 등으로 증시가 휘둘리고 있다.

외국인은 1월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7천69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를 이끌었지만 2월들어서는 8천568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10일부터 27일까지 14거래일간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의 매도 규모는 외국인보다 더 강하다.

기관은 1월 4천468억원을 순매도했으나 2월에는 26일까지 4배 이상인 1조8천832억원을 순매도했다.

거래대금도 약화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월별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0월 5조8천678억원, 11월 5조5천1억원, 12월 5조2천206억원에서 올해 1월 4조6천370억원으로 떨어졌으며 2월에도 26일까지 4조5천631억원에 머물고 있다.

시장을 끌고 갈 모멘텀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침체가 악화하는 가운데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과 미국의 은행 국유화 논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위기 재발 우려가 고조되면서 각종 정책대응도 약발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당연히 최근에는 주도주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동안 위세를 떨쳤던 대체에너지나 SOC(사회간접자본) 등 정책 수혜주들도 탄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 한때 독일 반도체업체인 키몬다의 파산에 따른 '키몬다 효과'로 IT주들이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주도주 찾기도 어려워졌다.

2월 들어 업종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방어주인 의약품(3.16%)만 올랐을 뿐 은행(-24.81%), 건설(-16.52%), 증권(-16.08%), 전기가스(-15.05%), 유통(-14.22%), 철강금속(-12.35%), 기계(-11.61%) 등 나머지 모든 업종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 1,21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계속돼 20일부터는 1,100선 밑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400선을 회복했던 코스닥지수 역시 상승탄력이 크게 둔해졌다.

27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소폭 반등했지만 최근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동유럽 위기, 미국 은행의 국유화 논란, 3월 말께 판가름 날 미 자동차업계 '빅3'의 운명,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 국내외 악재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국내 증시의 무기력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3월에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신증권 최재식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뚜렷한 매수주체와 모멘텀,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환율 급등 등에 춤추고 있다"며 "이달 중반부터 확대된 금융 및 경기 불확실성이 3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동부증권 송경근 연구원은 "동유럽 금융불안 등으로 촉발된 외환시장 약세가 3월 위기설과 함께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기감 고조에 따른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 국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질 때를 대비해 지수가 일시 반등하면 주식 비중을 줄여 실탄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