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6일 외국인이 국채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외화유동성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외국인에게 국채 매입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외화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국채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외국자본 유치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곳이 채권시장이다. 외국인 비중이 26%에 달하고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외국인 보유율이 고작 3%밖에 안된다. 금액으론 38조5000억원 안팎.외국인 투자를 가로막아 온 대표적인 걸림돌은 세금문제였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14개 선진국은 예외없이 외국인 국채투자에 대해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해주고 있다. 우리만 유독 12%(미국)나 10%(그 외 국가)를 받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원천징수를 당하면 자국에서는 세금을 안 내도 되고,반대로 원천징수를 면제받으면 자국에서 세금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전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원천징수를 하는 나라의 채권에 투자하면 그에 따라 전산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번거로운 행정적 절차도 거쳐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세계적 투자기관들은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하는 나라의 채권을 투자대상에서 빼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23개국 정부채를 기준으로 삼아 공표하는 씨티그룹의 WGBI(세계 국채 지수)에 한국 정부채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최대 100억달러가량의 안정적 외자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이 국채나 통화안정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 · 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법률 개정안은 4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양도차익의 20% 또는 양도가액의 10% 중 적은 금액을 매기고 있는 채권 양도소득세도 면제하기로 했다.

해외동포 유인책도 마련

해외동포들이 갖고 있는 외화자산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재외동포 등 비거주자가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거주자와 마찬가지로 5년간 양도세를 감면해준다. 비거주자가 미분양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도 거주자와 똑같이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준다. 재외동포 전용펀드를 신설,일정 요건을 갖추면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과세 세율을 현행 20%에서 5%로 내려준다.

국내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외화예금 상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한다. 외화정기예금을 위해 해외에서 1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국내에 송금하더라도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는다. 비거주자용 예금계좌를 개설할 때 필요한 서류인 출입국사실 증명서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한다. 사실상 금지해왔던 공기업 해외차입도 전면 허용한다. 공기업이 해외차입을 하더라도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줄 계획이다.

금리동결 가능성 높아져

외화유입 방안에 맞춰 한국은행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금리를 더 내리면 선진국과의 금리차가 줄어들어 외화유입 방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시장 지표채권 금리 수준을 보면 한국이 연 4.6%대(5년물 국채)로 미국 연 2.9%대,독일 연 3.0%대,영국 연 3.4%대(이상 10년물 국채) 등과 비교해 1.2~1.7%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통화정책이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인식/박준동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