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미국시장 움직임에 따라 연일 'W자' 모양의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 등 미 은행들의 국유화를 둘러싼 진통으로 급등락하는 미 증시에 국내 증시가 연동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요동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미 은행 국유화를 비롯 제너럴모터스(GM) 파산,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 핵심 변수들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는 극심한 증시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개월 동안의 박스권 하단이 확대된 1050~1200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일시적으로는 10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코스피지수는 뉴욕 증시가 급락 하루 만에 3% 넘게 반등했다는 소식에 강세로 출발했다. 장 초반엔 지수 1095선까지 치솟아 전날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외국인 선물 매도로 촉발된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를 압박하면서 3.20포인트(0.30%) 오른 1067.08로 장을 마쳤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뉴욕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시장이 '전강후약'의 전형적인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서 팀장은 "지난 20일 지수 1100선이 무너지면서 사흘간 계속된 급등락으로 고점에 물린 자금이 적지 않은 데다 기관투자가들이 월말 수익률 관리를 위한 '윈도 드레싱'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이날은 장 초반의 강세를 이어갈 수 있는 후속 매수세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연기금도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장 후반까지 매도 우위를 보이다 막판에 91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서는 데 그쳤다.

미 은행 국유화 등 주요 변수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는 급등락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W자' 모양의 급등락 장세는 미 은행 국유화 여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투자자들 사이엔 미 금융당국이 '은행을 국유화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앞으로도 증시를 요동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수 100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헝가리 폴란드 등 주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 은행 국유화로 미 금융주가 급락하고 여기에 GM 파산까지 겹치면 1000선 붕괴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인 은행들의 자산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반짝 강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론에 비해 지수가 1050~1200 구간의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임경근 ABN암로 상무는 "글로벌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방어적인 자세를 갖는 게 맞지만 지수 1000선이 깨지면 국내 증시에 들어오려는 해외 롱펀드(장기 투자 펀드) 등의 저가 매수세도 무시할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들이 터지지 않는다면 1050선 아래 구간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