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음식료업종지수는 1743.85를 기록, 지난해 말 대비 13%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 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방어주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환율 상승과 가뭄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훌쩍…음식료주는 울적

24일 원·달러 환율은 1516.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말 1259.50원에서 20% 넘게 오른 것이다.

대부분의 음식료 업체들이 곡물 등 원재료 수입 시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제품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곡물 가격이 내려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곡물 값 하락 효과가 그만큼 상쇄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곡물 구매와 결제, 원가 인식의 시간 차 등을 고려하면 업체들이 1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가격의 원재료를 쓰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특히 옥수수와 대두 수입·가공 업체들의 원가율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최근 보고서에서 진단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화 부채를 안고 있는 업체들의 환차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 및 영업외 달러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보다 100원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예상 순이익이 67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같은 조건에서 음식료업종 업체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하이트맥주 140억원, 농심 130억원, 대상 110억원, 롯데칠성 80억원, 삼양제넥스 60억원, 오뚜기 1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추산했다. 반면 수출비중이 높은 KT&G는 34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동유럽발 금융 위기 확산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거래일째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하루 하락했다가 24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500원선을 회복했다.

24일 BNP파리바증권은 "우리은행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고, 대형 조선사들의 선박 발주 취소가 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도 "펀더멘털 측면에서 현재 1500원선에서의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 19일 '신흥국 위기의 재확산과 원화가치 급락'이라는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금융불안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달러화 강세, 원화 불안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외환시장 3대 궁금점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7일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국제사회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될 것이고 원화는 외화 조달 여건이 개선되며 기존의 지나친 약세에서 반전될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땅이 바짝 마르면…곡물값도 바짝 오를까?

환율과 함께 음식료업종에 드리운 또 하나의 그림자는 바로 곡물 가격 상승 우려다. 최근 중국, 호주, 중남미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일고 있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곡물값이 지난해와 같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관측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옥수수와 팜유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

조기영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두, 옥수수 등의 최근 곡물 가격이 지난해 12월께보다 20% 가량 상승했는데, 이는 급격한 가격 하락에 따른 매수세와 중국의 가뭄 영향 등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기상 이변 소식에 곡물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가격 추이에는 수요 위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2월 주요 곡물 생산·소비·재고 추정치를 보면 대두를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 재고량이 1월 예측치 대비 증가했기 때문에 시장이 우려할 정도의 곡물 가격 반등이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원재료 구매에서 원가 인식까지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하반기 환율 하락으로 곡물 가격 상승이 상쇄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곡물 가격은 수요 감소와 남미지역의 날씨 호전 소식 등으로 소폭 하락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옥수수, 소맥, 대두 선물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9.9%, 12.3%, 13.5% 내렸다(현지 시간 23일 기준).

◆음식료주 투자, 단기적으로는 환율과 거리 먼 종목에

당분간은 환율이 음식료주 주가 향방의 중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현재 환율의 행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음식료주 투자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환율 노출도가 낮은 종목들을 추천했다.

다음달 말 환율이 지난해 말 환율보다 높게 형성된다고 가정하면 외환순부채가 높은 음식료업체들의 경우 지난 3분기부터 시작된 적자행진이 오는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현재 환율 흐름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 위험이 부각되며 업체들의 주가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밑돌 것"이라며 "환리스크가 낮은 종목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2분기에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환율 상승으로 쉽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만일 환율이 하락할 경우 음식료업체들의 주가가 CJ제일제당을 필두로 급격히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의 영향이 덜한 종목으로는 빙그레, 롯데삼강 등이 꼽혔다. 빙그레는 수입 원재료 비중이 낮고, 외화자산과 부채의 규모가 비슷해 자동적으로 외화가 상계되기 때문이다.

롯데삼강의 경우 원료를 직수입하지만 현금결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유산스(기한부어음) 거래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 대비 안전성이 돋보인다는 게 하이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오리온의 경우 중국 해외법인의 성장성과 '닥터유' 등 신제품 판매 호조에 따른 국내 제과사업의 선전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기창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소재 해외법인의 합산 순이익이 1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오리온의 지분법평가손익에 140억원이 반영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아울러 환율 상승이 수출 상품 가격 인상 효과를 가져와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KT&G도 추천을 받았다.

조기영 애널리스트는 "KT&G의 경우 환율 상승의 수혜주라고 할 수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수출 비중이 매출액의 19% 가량이었으나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환율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고,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음식료주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