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다시 제자리다.

23일 미 증시 하락에도 미국 정부와 씨티그룹의 국유화 협의 소식에 3% 이상 상승하며 다시 박스권에 진입했던 코스피는 24일 오전 현재 전날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다.

실적악화 우려로 미 다우 지수가 1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하루만에 다시 장중 1500원대로 급등하고 있다.

전날 지수를 일정부분 만회하지 못했다면 이날 코스피지수도 1000선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

시장이 다시 악재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증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 투자은행(IB)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올해 상업은행(CB)으로 2차적으로 번지는 것이다.

여기다 동유럽 국가 동반 붕괴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특히 이머징 증시), 국내 3월 위기설의 현실화, 원·달러 환율 폭등까지 가세한다면 코스피지수는 1000선이 문제가 아니라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상업은행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코스피지수가 만약 1000선이 붕괴되더라도 작년 저점을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확률상으로 볼 때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미국의 금융회사 처리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이지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동유럽 국가부도 위험은 유럽연합, IMF(국제통화기금) 등 공공자금의 도움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정부가 대내외적인 채널을 통해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시장을 떠나기보다는 제반 리스크가 축소되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황 연구원은 제시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극단적인 비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미 정부의 씨티그룹에 대한 추가 지분 확대 논의가 최근 재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2차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정부가 3월 위기설에 대한 적극적 해명과 시장 개입을 시사하고 있는 점도 사전적인 국제적 공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박스권 내료의 온전한 복귀와 재상승을 위한 에너지 축적까지 진통이 수반될 수 있음을 감안해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과 이에 대한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시장참여자의 관심은 미국 재정정책에 쏠리고 있다. 씨티그룹에 대한 국유화 가능성과 2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될 경기부양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 25일부터 실시될 '스트레스 테스트'(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시스템이 받게되는 잠재적 손실 테스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4일 발표될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소비자기대지수, 27일 미국 GDP, 소비심리평가지수 등은 미국경기 회복시기를 가늠하는데 재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복된 창(악재)와 방패(정책)의 싸움이 다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방패의 실효성과 탄탄함을 확인할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