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세계 증시가 어디가 바닥인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3일(현지시간) 1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고 유럽 주요 증시도 지난주 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증시가 과거 저점을 잇달아 깨며 무너짐에 따라 언제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250.89포인트(3.41%) 하락하면서 7천114.78을 기록, 1997년 5월 이후 12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S&P 500지수는 26.72포인트(3.47%) 하락한 743.33에 거래를 마쳐 역시 12년 만인 1997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나스닥종합지수도 3.71% 내린 1,387.72로 떨어졌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18.9%, S&P 500지수는 17.7%나 빠졌다.

미국 증시에서 2007년 10월 이후 사라진 시가총액은 10조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럽의 주요 증시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지수는 0.78% 하락한 3,858.89,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는 0.55% 떨어진 2,735.48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지수는 1.79% 급락한 3,942.92포인트를 기록한 가운데 장을 마감했다.

독일의 DAX 지수가 4천포인트 밑으로 주저앉은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증시가 추락을 거듭하는 것은 각국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해소될 것이란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면서 투자심리의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민관합동 펀드를 만들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긴급대출 규모도 확대하는 최대 2조달러에 달하는 금융안정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실망감 속에 증시는 계속 하락했고 7천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이 시행에 들어가게 됐지만 심각한 소비위축과 실업사태 속에 조속히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도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세계가 경제위기에서 조속히 벗어나기 힘든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은 정부의 은행 국유화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

씨티그룹이 미 정부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 40%까지 정부가 보통주를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알려져 국유화 논란이 불거지자 미 정부는 은행이 민간 소유로 남아있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혀 국유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은행의 심각한 부실 문제는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정부로부터 이미 1천5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보험회사 AIG가 실적이 악화되면서 정부와 추가 자금지원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회사 부실과 이로 인한 '밑빠진 독에 불 붓기' 식의 정부 지원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미국 경제전문 CNBC 방송은 이날 AIG가 다음 주 사상 최악의 손실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 업체가 정부와 추가 자금지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몰락 위기에 놓여 정부 지원을 받고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사 문제도 여전한 숙제다.

이같이 경제를 어둡게 밖에 볼 수 없는 산적한 문제들은 투자자들을 증시에서 빠져나가게 하고 있다.

인베스코에임의 시장전략가인 프리츠 메이어는 블룸버그 통신에 "많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에서 더 이상 증시의 위험을 감수하고자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의 과거 저점이 연이어 무너지는 것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하버포드트러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행크 스미스는 로이터통신에 증시 저점이 잇따라 깨지는 것이 투자심리 회복을 막으면서 지금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가 추락은 했지만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아직 증시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증시가 바닥을 다지기 위해서는 폭락 이후에 폭등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밀러 타박의 수석 애널리스트 필 로스는 증시가 폭락했던 것만큼 강력한 상승 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바닥의 신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