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한.중.일) 국가들이 22일 상호 자금지원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 규모를 1천200억 달러로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만일의 위기에 대비한 아시아의 외화 안전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CMI 기금은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양자 스와프처럼 급할때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위기에 대비한 것인 만큼 일단 외환위기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될 전망이다.

◇ 위기시 사용 가능..심리적 안전판
CMI 기금 규모를 8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증액한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한국 입장에서는 위기시 외화를 긴급히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300억 달러 규모의 외화 파이프라인을 개설하고 12월에 한일 및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도 각각 300억 달러로 늘린 데 이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역내에 금융시장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환투기 세력의 진입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위기 발생시 외환 방어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갖추게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는 무역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과도한 이탈을 막는데 주력하면 되는 상황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다만 양자 사이의 통화스와프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미 스와프처럼 평상시에도 끌어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필요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라인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제2의 외환보유고인 셈이다.

하지만 분담률이 5월께 확정되는 등 세부적인 기준을 다듬어야 하는 만큼 국가별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원국들이 금융위기를 힘을 모아 극복하자는데 의의가 있으며 이번 기금 확대로 우리로서는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위기 사전차단 주력
하지만 이런 결실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의 금융불안을 포함해 국제금융시장의 악재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의 고민은 여전하다.

동유럽이 무너지면 이 지역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서유럽이 흔들리고 이에 놀란 외국인들이 현금화를 위해 한국에서 대거 주식과 채권 등을 팔아 치우고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도 "지금 환율 등의 문제는 국내적이라기 보다 동유럽 금융 불안 등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어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 사태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제2의 쇼크를 줄 경우 대외 경제개방 정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각종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가 2천억 달러를 넘는 외화를 갖고 있으며 각종 스와프 협정으로 안전망까지 구축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에도 방어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상황에 따라 한미 스와프 외에도 아무 때나 인출이 가능한 200억 달러 규모의 원-엔화 한일 스와프 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CMI 증액으로 그 만큼 정책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공격적 외환정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푸껫<태국>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