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피해 방지 위해 감시 강화"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상승 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주가급등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가 급증해 한국거래소에 비상이 걸렸다.

급등 종목 가운데 주가가 액면가 이하의 이른바 `껌값주'들이 많이 포함된 데다 상승 이유가 거의 없어 투기세력의 `작전'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거래소가 상장사들의 주가급등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건수는 지난 19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40건, 코스닥시장 58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두 시장의 주가급등 조회공시 건수가 15건과 32건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각각 166.7%(25건), 81.3%(26건) 급증한 것이며 전체로는 108.51%의 상승률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주가급등 조회공시 건수는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이어온 지난 9일 이후 열흘 동안 23건으로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코스닥시장도 지수가 하락한 19일 7건을 비롯해 최근 열흘 동안 전체의 46.6%인 27건의 주가급등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가 발표되는 등 이상급등 현상이 최근에 집중됐다.

조회공시 대상 기업들은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으로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대부분 내놓아 투기 의혹을 낳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급등 조회공시가 최근 급증한 것은 최근 `머니 게임장'으로 변한 증시에 투기세력이 대거 참여한 결과로 추정된다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최근 트렌드 없는 종목 장세 속에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중·소형주들을 흔히 볼 수 있다"며 "특별한 동기 없이 크게 오르는 주식들은 잘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최근 퇴출 대상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을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올린 것도 주가급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시가총액을 40억원 이상으로 올리려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유 없는 주가급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최근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상시 감시 외에 기획 감시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요즘 실적에 기반을 두지 않은 주가급등 사례가 빈발해 조회공시를 대폭 강화했다"며 "그러나 최종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준 기자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