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국가 등의 신흥국의 위기가 다시 불거지는 등 2차 글로벌 금융위기감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다시 소용돌이 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최근 9일동안 120원 이상 오르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이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환율이 1550원대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원하가치 급락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지금의 금융시장 불안은 근본적으로 환율 급등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환율 안정이 금융시장 안정에 선결과제라고 꼽고 있다.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3월 위기설' 현실화되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이후 8일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100원이 급등한데 이어 20일에도 20원 이상 오르며 1500원선 돌파하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1502.3원 이후 약 3개월만에 최고치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50분 현재 전날보다 23원이 급등한 1504원을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역외 매수세와 주식 역송금 등이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1500원 부근에서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 등으로 추가 상승이 막혔으나 당국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서 추가상승, 결국 1500원선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선·현물 모두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달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엔 환율도 오전 10시50분 현재 100엔당 1594.82원을 보이며 16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등 환율 안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은 경제연구소는 지난 19일 '신흥국 위기의 재확산과 원화가치 급락' 보고서를 통해 "동유럽국가 등 신흥국의 위기가 다시 불거져 원화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중심으로 위기설이 대두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에 증시 급락장 연출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하자 금융시장은 '패닉'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환율 급등 영향으로 오전 10시50분 현재 전날보다 34.60p 급락한 1072.50을 기록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80선 밑으로 후퇴하며 지난달 21일 기록한 연중최저치(1085.72)를 밑돌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3.09p 폭락한 371.58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1605억원 순매도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1090억원, 240억원 순매수하고 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 이후 9일째 주식 매도를 기록하며 2월들어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금융 일각에선 "원화가치 급락 과도"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날 "단기적으로 원화환율 변동성은 크겠지만, 원화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CS는 최근 환율급등 이유로 ▲동유럽에서의 외채 문제 확산 ▲우리금융지주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포기 ▲1월 수출지표 악화 등을 꼽았다.

CS는 "한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한국의 외환보유고 규모나 외채 만기구조,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외화유동성 위기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CS는 이어 "오히려 자산의 질에 있어서도 과거 외환위기나 카드위기와 같이 심각한 문제가 있지도 않고 은행권의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도 큰 이슈는 아닐 것"이라며 "글로벌 크레딧시장도 시간이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CS는 "단기적으로 원화환율 변동성은 크겠지만, 하반기부터 원화가 의미있는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금융 시장이 올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한국시장에 대한 주식비중을 유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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