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8일 연속 상승하고 한국물의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외환시장과 외화차입 여건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불안에다 북한 미사일 위협 등까지 겹쳐 있어 환율이 지난해 고점을 넘어서서 1550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월 위기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이 일본계 금융회사의 영업자금이라 금방 회수할 자금이 아니다"며 3월 위기설을 일축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국내은행의 외화차입 동향'이란 자료를 통해 올 한 해 국내은행이 갚아야 하는 외화차입금 총액이 678억달러이며,3월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규모는 103억9000만달러로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대비 그리 크지 않은 규모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2017억달러,미국 일본 중국 등과의 통화스와프로 쓸 수 있는 외화가 700억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78억달러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특히 3월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일본계 차입금 총액은 60억달러 수준인데 대부분 일본계 은행 한국지점에서 자산운용 측면에서 굴리는 돈이어서 급격한 회수는 없으며 이 때문에 3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도 외국인의 채권매도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 우려에 대해 외국인이 최근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엔 불안감 여전

외환당국 수장들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선 불안감이 오히려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약간 오른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장 막판 크게 뛰며 결국 전날 대비 13원 오른 1481원에 마감했다. 8일 연속 상승한 것이며 지난해 11월25일의 1502원30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외국인은 최근 8일 연속 국내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주식을 판 돈과 3~4월에 받게 될 배당금의 해외 송금을 위해 달러매수 주문을 내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이날 '신흥국 위기의 재확산과 원화가치 급락'이란 보고서에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15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의 부도위험을 따로 떼어내 거래하는 CDS의 스프레드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5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CDS 스프레드는 지난 17일 412bp(1bp=0.01%포인트)에서 18일 425bp 수준으로 뛰었으며 이날도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당국 개입할까

금융계 일각에선 유동외채(단기차입금+1년내 만기도래 장기차입금)가 2200억달러를 웃돌아 당국이 2000억달러를 약간 웃도는 외환보유액으로 시장에 개입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유동외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지점이 본점 등으로부터 빌려온 것이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윤 장관은 "정부는 환율에 대해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존중하겠지만 지나친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동/이태명/강지연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