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경제 성장률 급락에다 정국 불안이 겹치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탄 엔화 가치는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연초만해도 달러당 80엔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주류였으나 예상과 달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5일 연속 미끄러져 전날보다 달러당 1.05엔 떨어진 93.66엔에 거래됐다.연초 달러당 90엔선에서 출발한 엔화 가치는 지난달 22일 88.79엔까지 오른뒤 하락세로 돌아섰다.이날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1.04엔 떨어진 117.79엔에 거래돼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아소 다로 총리의 조기 퇴진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정국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미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275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엔화 매도,달러 매입’ 분위기가 확산됐다.또 동유럽 국가의 경제위기설로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다소 주춤해지겠지만 약세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바클레이즈은행 등은 엔화 가치가 올 연말께 달러당 100엔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워싱턴 소재 템퍼스컨설팅의 매트 이스테브 수석 외환딜러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바닥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미국 이상으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화가 엔화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우노 다이스케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올해 엔화는 달러당 80엔에서 100엔 사이에서 급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