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송금과 환전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경색과 한반도 내 지정학적 위기감 등으로 환율이 1,500원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여행경비와 유학비를 줄이려고 서둘러 환전, 송금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지의 교민들은 외화의 국내 송금을 자제한 채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원.엔 환율의 급등으로 환차손 위험이 커진 엔화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인이 외환은행을 통해 해외은행으로 송금(당발송금)한 실적은 6천683건, 1천329만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4천22건, 408만달러 급증했다.

건수와 금액 모두 월중 최대 규모이며, 환율이 1,380원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지난 6일에 비해서는 3천900건, 561만달러 증가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급등하자 환율의 추가 상승을 우려한 고객들이 송금을 서두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1,455.50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18일 1,468.00원으로 추가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당발송금 건수도 12일 787건에서 13일 925건, 16일 956건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환율 상승으로 개인 고객의 환전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개인 환전 실적은 지난 16일 7천769건, 1천632만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1천512건, 433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16일 해외은행에서 외환은행으로 송금한(타발송금) 금액은 811만달러로 전날보다 457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6일의 3천65만달러에 비해서는 2천254만달러 급감했다.

하나은행의 타발송금 건수는 16일 375건으로 전날보다 24건 줄었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간 급등하면서 1,500원에 근접한 만큼 앞으로는 해외 교포의 국내 역송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6일 환율이 큰 폭 상승하면서 추가 상승 전망이 잇따르자 환율 추이를 지켜보던 개인 고객들이 해외 송금을 서두른 것 같다"며 "17일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이후로는 해외로의 송금 문의가 줄어든 반면 국내로 외화를 역송금하려는 해외 교포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엔 환율이 동반 급등하면서 시중은행의 엔화 대출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17일 현재 9천288억엔으로 전월 말보다 5억엔 감소했다.

원.엔 환율은 18일 100엔당 1,588.74원을 기록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였던 작년 12월5일의 1,598.07원에 바짝 다가섰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436.95원이던 작년 말 10억원을 엔화로 대출했다면 원금은 약 11억6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불어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