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272억달러로 1년사이 120억달러 급감

한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최근 1년 사이에 120억달러나 줄어들면서 국가별 보유 순위가 11위에서 19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과 일본, 영국, 러시아, 스위스,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최근 1년 사이에 대폭 늘리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온 일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17일 미 재무부가 발표한 해외 미 국채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액은 작년 말 현재 272억달러로 1년 전인 2007년 12월말의 392억달러보다 120억달러, 30.6%나 줄었다.

이에 따라 국가별 순위가 2007년말 11위에서 지난해말엔 19위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미 국채 보유 규모에서 작년 9월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중국은 같은 기간에 4천776억달러에서 6천962억달러로 2천186억달러, 45.8%나 보유액을 늘렸다.

미 국채 보유 3위인 영국은 1천579억달러에서 3천550억달러로 무려 124.8%나 증가시켰다.

러시아도 2007년 말 327억달러에서 865억달러로 164.5%나 늘렸으며, 독일과 대만, 노르웨이, 스위스, 멕시코 등도 미 국채 보유량을 계속 늘려온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미 국채 보유규모가 중국에 밀려 2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 규모는 작년 12월말 현재 5천783억달러로 2007년 12월말의 5천799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대부분 주요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미 국채 보유가 크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데다 국제 금융 시장의 신용경색에 따른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당국이 현금화에 가장 유리한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시장에 투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미 국채 보다 안전성은 낮지만 수익률이 높은 비(非)정부채권과 자산담보부증권(ABS), 회사채 등에 대한 외환보유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한편 달러 이외의 통화 표시 자산으로 일부 분산투자 한 것 등도 미 국채 보유액 급감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007년 2월 한은의 외화보유액을 선진국 우량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을 밝히기도 했는데 당시 한국의 미국 국채보유 규모는 2006년 1월부터 2007년 1월 사이에 89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하지만, 2007년 1월 당시만 해도 한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623억달러로 일본과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5위였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날 국제유동성자료(TIC) 월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와 회사채 등 1년 이상 장기 유동자산에 대한 해외투자가 작년 10월 4억달러와 11월 256억달러 순매도에서 작년 12월 348억달러 순매수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