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는 연일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코스피와 달리 증시 곳곳에서는 과열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혼자서도 잘 달리는 코스닥 시장이 뜨겁고, 글로벌 증시와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는 중국 증시도 그렇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 뭐든 기초체력보다 지나치면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나 경기지표 등 펀더멘털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나홀로 강세'는 기대감이 꺼지면 그만큼 반작용도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8년 10월27일 코스피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코스닥과 코스피 소형주는 코스피 대형주 대비 각각 32.3%, 18% 시장수익률을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도 각각 17.9%, 11.7% 수익률이 좋았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기관이 튼튼히 받치면서 지수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실적이나 성장성과는 상관없는 일부 개별 종목 장세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지수가 기술적으로 과열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기관이 변심할 경우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는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다. 이날 오전 코스닥지수는 400선을 밑돌고 있는 가운데 장초반 팔자에 나섰던 기관은 다시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강세가 지속되면서 시세를 타지 못한 투자자의 고민이 커지는 시기"라며 "그러나 코스피와의 디커플링(비 동조화)에 베팅하기에는 기대수익 대비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원 연구원은 "코스닥의 경우 경기침체로 인한 위험자산 모멘텀 둔화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정부정책에 대한 프리미엄도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기술적으로도 코스닥의 ADR(등락비율)이 120%를 웃도는 등 단기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두된 다양한 테마주들에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이 기대심리라면 불안감도 커지는 부분"이라며 "기대감을 선반영하면서 단기 급등했던 개별 종목들의 경우 점차 기술적 부담이나 가격메리트 희석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도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수혜업종에 대한 다시보기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틀 연속 상승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약보합세로 출발했지만 장중 한때 반등하며 24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박기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A주식에는 제도적으로 자국내 투자자들과 일부 해외 투자자만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외부 세력보다는 중국 시장 내부의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반면 홍콩 시장에 상장돼 외국 투자자들에 의해 거래되는 H주식은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고 여타 증시와 다를 바 없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중국 증시의 강세는 자국 투자자들의 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글로벌 증시를 견인할 만큼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중국 증시를 맹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며 중국본토 증시의 강세보다는 그 내면에 있는 경기부양 조치에 대한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장은 아직 코스닥지수의 추가 상승과 중국 수혜업종의 강세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열양상에 따른 경고음에는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단기 조정 후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숨고르기를 하는 시점에서 종목과 업종을 압축하는 전략도 고려해 봄직하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