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7000여평이 넘는 오리엔탈정공의 경남 진해공장. 차가운 바닷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데도 여기저기에서 불꽃을 튀기는 용접작업이 한창이다. 공장 곳곳에 배치된 50여대의 크레인들도 각종 철 블록을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오리엔탈정공 진해 공장에서는 바닷바람 속에 아파트 9층 높이의 데크하우스(deck house, 선실 등 해상 주거공간)를 제작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 조선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선박 구성 부분품을 제작하는 오리엔탈정공은 올해도 밀려있는 주문량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오리엔탈정공은 쌓여있는 수주량을 바탕으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3년치 일감 확보…대기업과 거래로 안정성도 높아

오리엔탈정공은 데크하우스 등 선박 기계장비를 생산하는 이 부문 세계 1위 업체다. 기관실의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엔진룸 케이싱, 굴뚝 역할을 하는 펀넬, 크레인, 구명정 진수장치(life boat davit) 등도 생산한다.

오리엔탈정공이 조선업체중 가장 까다로운 업체로 알려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처음으로 데크하우스를 납품한 것은 1993년이다. 미쓰비시와의 거래가 시작되면서 스미토모 등 다른 일본 업체로 거래선을 확대했다.

이들은 자체 제작하던 데크하우스를 전량 오리엔탈정공에 맡기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소들도 상당 부분의 데크하우스 등 관련 제품을 오리엔탈정공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에 대한 발주를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하지만 오리엔탈정공은 국내와 일본의 주요 메이저업체들과 거래하고 있어, 수주물량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세철 오리엔탈정공 기획조정실 상무는 "(선박 발주가) 갑자기 취소되는 물량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메이저급에서는 그 양이 굉장히 미미하고 신생 조선소나 중국 조선소쪽에 집중되고 있다"며 주요 메이저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오리엔탈정공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조선업 호황에 따라 일감이 밀려있는 상태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해말 기준 수주잔고 약 6000억원으로 3년 이상 일감을 확보했다. 오리엔탈정공은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대경정공(오리엔탈중공업으로 사명변경)을 인수, 부지 확보와 신규 사업 추진을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해 매출액 3900억원 내외, 영업이익 280억~300억원 가량을 달성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액은 25% 이상,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2005년 2.3%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2008년 8% 근처까지 개선됐다.

회사측은 이 같은 수익성 개선에 대해 △물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 등 생산 효율성 개선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환율이 수출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작년까지는 환율과 원자재 등 불리하게 수주받은 물량이 소진됐지만 2009년과 2010년에는 좋은 가격으로 수주했던 물량들로 2009년과 2010년이 조선업 사상 최대호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엔탈정공 역시 올해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률 8.3%로 또다시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中시장 진출로 생산능력 확대…안정적 성장 위해 신규사업도 추진

오리엔탈정공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제3의 조선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 확보를 위해 다롄시와 연대에 대형 구조물, 기계품, 해양 플랜트 등을 제작할 공장을 설립했다.

2003년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 부지를 매립해 한중합작회사인 다롄동방정공선박배투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사무동 등 3단계 공사가 마무리 공사가 마무리 작업중이다. 진해공장에서 생산중인 데크 하우스와 해양플랜트 등 대형 구조물을 지난해부터 생산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설립한 연대동방정공선박배투유한공사은 올해부터 크레인 등을 본격 생산키로 했다.

오리엔탈정공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동안 영위하던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했다.

박 상무는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현재 넘치는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업황이 축소되면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며 "우리의 경험과 능력으로 관련분야에 나가야한다고 판단, 해양플랜트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리엔탈정공의 해양 플랜트 사업은 중대형 규모가 아닌 비교적 소형 규모로, 원유시추설비의 작업을 지원하는 해양플랜트 특수목적 바지선, 석유시추 상부구조물사업인 데크박스(Deck Box) 제작 사업 등이다.

에너지 수요증가에 따른 해양유전 및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유럽, 미국 등의 오일 거대기업들의 유전개발 관련 초대형 플랜트 발주 증가와 함께 중소규모의 유전개발 프로젝트도 수주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리엔탈정공은 이미 신규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사인 대양 오프쇼어로부터 해양 플랜트 사업의 가장 초입단계 제품인 주거용 바지선(Accommodation Barge) 3척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1척을 납품하고 나머지 2척을 건조하고 있다.

다롄공장에서도 지난해 중국 연테 라플스에서 주거용 바지선 2척과 데크박스 2대를 수주받고, 주거용 바지선 1척을 이미 납품했다. 오리엔탈정공은 연태 라플스와 후속 물량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로써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 출자법인 청산·자산재평가로 시장 우려 줄인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달 출자법인에 해산사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한건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리엔탈정공은 지난해 7월 중국 양주태평양중공집단유한공사와 함께 총자본금 1600만 달러의 양주태평양동방정공선박중공유한공사를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키로 하고, 240만 달러를 납입했다. 임대사무실을 개소해 설립업무를 진행하던중 갑작스러운 금융위기로 설립을 중단하기로 양사가 합의, 청산을 진행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진행이 되지 않았던 관계로 오리엔탈정공이 납입한 금액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본금 납입당시 환율(974.90원)보다 현재의 환율이 우호적이어서 오리엔탈정공이 손실을 보는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리엔탈정공은 높은 부채비율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오리엔탈정공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후판 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후판을 사놓기 위해 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295%에서 150~160%로 하향될 전망이다. 장부가액은 259억5100만원인 오리엔탈정공의 보유토지에 대해 재평가한 결과, 자산재평가액은 855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오리엔탈정공은 2006년과 2007년 각각 주당 50원과 75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회사는 소폭이라도 이익이 나면 이정도 수준 이상의 배당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조선업과 동반성장해오던 오리엔탈정공이 조선업의 성장 둔화를 해양 플랜트 사업을 통해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