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심해 추격매수는 유의해야"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경영권 참여'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개미들의 경영권 참여는 지분확보 경쟁을 유발해 주가를 끌어올리지만 대부분 단기 차익을 노린 `머니게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랜드포트[033880], 에이디피[079950]엔지니어링, 미디어코프[053890] 등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로봇 생산업체인 그랜드포트는 지난달 29일 개인투자자 박명군씨 외 특별관계자 2명이 지분 8.07%(103만3천917주)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취득했다고 밝힌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지난 13일까지 무려 83.33% 상승했다.

박 씨는 "현 경영진을 더는 신뢰할 수 없어 소액주주들을 연합해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을 통해 경영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시 및 정기 주주총회와 관련해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앞으로 주주제안 등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그랜드포트는 최근 임시주총을 한 달여 뒤로 미루고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라고 밝혔으나 지분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써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LCD 장비업체 에이디피엔지니어링도 보람기업자문 대표 나종호씨를 비롯한 2명이 지분 6.01%(115만5천주)를 확보, 지배주주 중심 경영을 질타하며 본격적인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주가가 33.00% 치솟았다.

소액주주들은 이 회사가 2005년 상장 이후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총을 벼르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13일 LG디스플레이[034220]와 구본엽씨를 상대로 84억4천만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나씨 등의 지분율을 떨어뜨리고 전략적 우호관계자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굿이엠지[051530]도 지난해 말 법무법인 우일의 황민철 변호사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12.97%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주가가 1.14% 올랐다.

해당 회사 측은 "황 변호사가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선의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디어코프도 지난달 29일 임한택씨 외 특별관계자 1명이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6.50%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5.17% 상승했다.

반면 지난 12일 박명군씨 등으로부터 경영 참여 선언을 받은 붕주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해 개미들도 싸게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수 있으나 이들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오경택 연구원은 "예년보다 주가가 많이 빠져서인지 현 경영진의 부실경영을 문제 삼으며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많이 취득한 개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회사의 경영방향에 참여하고 대주주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들의 경영 참여로 인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지만 변동성도 큰 만큼 추격 매수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