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제작사인 스타맥스가 소란스럽다. 회사 측과 전임 대표이사가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법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시청률 대박을 냈지만 정작 실적 부진으로 경영권까지 개인사업가에게 넘길 예정인 스타맥스가 이번엔 집안싸움에 휩싸이게 된 셈이다.

◆신병철 전 대표 "대표이사 자리 지키겠다"

사건의 발단은 스타맥스의 전 대표이사 신병철씨다. 신씨는 지난 12일 본인의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이사 및 대표이사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맞서 회사 측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타맥스는 그동안 신씨와 황경호씨 2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회사 측은 지난 9일 신씨의 사임으로 황경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스타맥스가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낼 때 신병철 전 대표의 사임서를 첨부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씨가 사임에 따른 조건을 회사 측에 제시한 상태였고, 그 조건이 사임 후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영권 양도 와중에 자리싸움

신씨의 소송은 스타맥스의 경영권이 개인사업가에게 넘겨지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스타맥스의 최대주주 황경호 대표이사는 지난 6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861만4083주(지분율 14.45%)를 25억6800만원에 개인사업가 하준씨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오는 20일 잔금까지 받으면 하씨가 최대주주가 된다. 하씨는 온라인 교육업체 아리스온라인코리아 대표이사와 텔로드(Tel Road)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스타맥스는 하준씨를 지난 6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해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신규 사업부문의 영업추진 관련 업무를 맡긴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달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하씨 등 신규 이사들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겠다고 나선 신병철씨는 누구일까. 신씨는 MBC 영상사업부 출신으로 플라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6년 7월 드라마 제작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책임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스타맥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가 2년여 만에 물러난 셈이다.

DVD와 게임유통업을 주로 했던 스타맥스는 신씨의 대표 취임 후 드라마 제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스타맥스가 제작한 '아내의 유혹'은 최근 시청률 40%를 넘어선 '대박'드라마지만, 정작 스타맥스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였던 것.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매출액 33억7700만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36억4200만원, 당기순손실 43억2800만원이라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아

신씨의 소송이 스타맥스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신씨가 갖고 있는 스타맥스 지분이 0.53%에 불과하고 현 대표이사 겸 대주주 황씨는 이미 자신의 지분을 개인사업자 하준씨에게 넘기기로 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스타맥스는 2007년에도 기업 인수·합병(M&A) 변호사로 알려진 임종태씨의 적대적 M&A 선언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경영권 분쟁으로 보기에는 신씨의 지분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소송 및 실적 등과 관련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스타맥스의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145원(액면가 500원)이었다. 그동안 출렁거렸던 주가는 13일 현재 160원을 기록중이다. 신씨의 소송과 경영권 변경을 계기로 스타맥스의 주가 행보가 어떻게 달라질 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