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부인인 임세령씨(임창욱 대상그룹명예회장의 장녀)가 이혼 및 재산 분할소송에 들어갔다. 임씨는 위자료 10억원과 50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액의 재산을 분할할 경우 이 전무가 보유중인 삼성 계열사 지분을 임씨에게 넘기거나 임씨가 현금을 요구할 경우 시장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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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무는 상장사인 삼성전자 주식 84만403주(0.49%)를 비롯해, 비상장사 중에는 삼성에버랜드 25.1%, 삼성SDS 9.1%, 삼성네트웍스 7.64%, 삼성투신운용 7.7%, 서울통신기술 46.04%, 가치네트 36.69%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3일 종가 51만1000원으로 계산한 이 전무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약 4294억원이다. 지난해 7월에 재벌닷컴에서 집계한 이 전무의 비상장주식가치는 5674억원.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산가치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이 전무의 보유 주식 가치는 1조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인 임씨가 요구한 재산분할 요구액수는 이 전무 주식 자산의 절반인 셈이다.

◆ 핵심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

이 전무가 소송 관련해서 나중에 보유 주식을 일부 처분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증시에서는 그의 주식 중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 전무를 포함한 이건희 전 회장 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에버랜드를 90.15% 보유, 이를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25.64%를 지닌 삼성카드이고, 2대주주가 25.1%를 갖고 있는 이 전무다.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은 모두 한 자릿수대다. 시장에서 이번 이혼 소송에서 이 전무의 에버랜드 지분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전문가들, “이혼해도 그룹 지배구조 영향 미미할 것”

그러나 시장의 관심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이 전무의 이혼 여부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나 삼성그룹주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용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도록 그룹에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혼 소송 결과에 따라 액수도 달라질 것이고, 또 굳이 지배구조에 영향이 큰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그저 ‘이 전무의 개인사’로만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이상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생각이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런 소송은 시일도 오래 걸리고, 대부분 끝까지 가는 경우보다는 양측이 타협을 하고 소송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전무의 부인 임씨도 소송을 시작하는 시점이라서 강하게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전 부인과 이혼할 때는 전 부인의 엔씨 보유 지분이 상당해 이혼으로 지분을 처분할까봐 투자자들이 긴장을 했던 일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은 그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