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400원대로 진입하면서 상승세가 본격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400원대에 안착한 환율이 외화 유동성 불안 등을 배경으로 상승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출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내 지정학적 긴장이 증폭되지 않는 한 1,500원 부근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 두 달 만에 1,400원대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04.00원으로 마감했다.

사흘간 23.00원 급등하면서 작년 12월9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로 상승했다.

외국인이 최근 주식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9일까지 9거래일간 1조6천600억 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이후 매도세로 돌아서 3거래일간 5천400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지난 6일 1,210선으로 올랐던 코스피 지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1,170선으로 밀린 점도 원화 약세 요인이 되고 있다.

◇ 국제금융시장 불안 악재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어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진단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2조 달러대의 구제금융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대책 부족에 따른 실망감으로 시장의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영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율은 11일 현재 9.6%로 호주달러나 유로화의 절하율 7.4%와 7.7% 등 주요 통화의 절하율을 웃돌고 있으며 아이슬란드 크로네가 달러화에 대해 6.12% 절상된 것과도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우리은행이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최근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조달이 악화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 취소 등도 달러 수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 1,500원 부근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추가 상승세는 제한 전망
일부에서는 한반도 내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최근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미사일 요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에 나설 경우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매도에 나설 경우 환율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지수가 1,100~1,200포인트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경우 외국인이 기조적인 주식매도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출이 이달 들어 10일까지 70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하는 등 호전 기미를 보이는 점도 환율 상승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시한의 연장으로 개입 여력이 커진 외환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북한 관련 변수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의 주식매도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기관의 외화조달에 일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1,400원대에서는 상승을 제한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