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위주로 해석, 적용" 비판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실시된 투자권유준칙이 `투자자 보호'라는 당초의 취지에서 후퇴해 지나치게 판매사 위주로 해석돼 일선현장에서 적용되고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권유준칙은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용하는 준칙으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불완전 판매 등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 준칙의 핵심은 `고객 정보를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있다.

하지만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등이 내놓은 `투자권유 관련업무 처리에 대한 해설지침'은 이러한 원칙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권유준칙 적용 후 금융기관의 펀드 판매 과정에서 일어난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이 지침은 투자자 보호보다는 금융기관이 펀드 판매에서 나타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것.
특히 `단순한 상품 설명이나 금융투자상품 안내는 투자권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투자권유준칙 적용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 가입시 고객 정보를 상세히 파악하는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판매사는 "펀드 판매에 애로가 많다"는 불평을 계속 제기했다.

이런 불평을 달래기라도 하듯 이 지침에서는 투자 권유를 하지만 않는다면 고객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도 금융상품을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단순한 상담이나 상품 안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고객을 특정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권유준칙의 당초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우리 S사의 A 주식형 펀드는 1년 수익률이 11%인데, 이는 정기예금 수익률 5%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7%보다 높은 것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권하는 것이 아니어서 투자 권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상품의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펀드 판매에서도 맹점은 눈에 띈다.

투자성향 분석 절차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투자성향 분석을 거부하면 그냥 펀드에 가입할 수 있어 유명무실한 절차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의 안광명 자율규제위원장은 "자본시장법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것은 맞지만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취지도 있어 너무 엄격한 규제가 자본시장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