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섬유 제약주 등 경기방어주에 대규모로 투자 중인 외국인은 올 들어 기존 투자 종목의 비중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통 건설 등 경기관련주 투자 외국인은 지분을 크게 낮췄다.

12일 금융감독원의 '주식 등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위치한 템플턴자산운용은 의류업체인 아비스타 지분율을 기존 13.97%에서 지난 5일 기준 14.98%로 확대했다. 외국인 주요 주주가 지분을 불리는 가운데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5%가량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피드로프라이스드스톡펀드는 올 들어서만 대량 보유 중이던 4개 종목의 지분율을 확대했다. 이 투자회사는 한국단자공업 지분율을 기존 5.01%에서 지난 4일 기준 6.02%로 늘렸으며 한섬도 6.30%에서 7.33%로 확대했다. 근화제약 환인제약 등 제약주 2개사의 지분을 함께 늘린 점은 관심을 끈다. 피드로프라이스드스톡펀드는 근화제약 지분율을 기존 5.06%에서 6.13%로 확대했고 환인제약도 5.11%에서 6.13%로 높였다.

또 스위스 UBS는 대신증권 엔씨소프트 지분을 더 샀고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는 하이트맥주 지분율을 13.59%까지 확대했다.

반면 경기관련주로 분류되는 유통 건설주 등을 대량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들은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UBS는 현대백화점 지분을 축소했으며 미국계 트위디 브라우니 컴퍼니도 대구백화점 지분율을 6%대로 낮췄다. 성지건설 GS건설 중앙건설 삼환기업 등을 대량 보유했던 외국인도 이들 지분을 크게 축소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업계 내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단 지분을 줄여놓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호남석유화학 지분을 1%가량 줄였으며 티 로 프라이스 인터내셔널은 삼성정밀화학 주가가 반등한 틈을 이용해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췄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대량 보유 종목의 경기민감도에 따라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