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저점 통과 신호 곳곳서 감지

주식시장이 좀처럼 코스피지수 1,200선을 뚫지 못한 채 박스권에서 한겨울을 나고 있음에도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들이 잇따라 나타나 시장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유동성이 늘어나며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기선행성이 큰 기업재고순환지표의 개선이 예상돼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에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선행지수는 주가에 대한 설명력이 가장 큰 대표적인 경기지표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재고순환지표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보다 1∼2개월 선행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 재고부담을 덜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경기가 악화하는 속도가 줄어드는데, 우리 기업에는 예상치 못하게 늘어난 재고를 줄이는데 1월이 분기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2000년 이후 평균적으로 0.7∼0.8개월 수요에 해당하는 수준의 재고를 보유해왔지만 작년 연말에는 0.93개월로 늘어나 0.2개월 정도의 생산중단이 필요하자 기업들이 1월 설 명절을 재고 감소를 위한 생산중단 시점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주식시장은 경기가 급격한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더는 나빠지지 않는 상황으로 진입해도 이미 향후 경기개선을 기대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최근 경기상황에서 주가는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뒤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1분기에 회복세로 전환되면 코스피지수는 2분기에 경기민감주 주도로 1,5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도 향후 경기의 방향에 대한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장단기 금리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재고순환지표가 상승 반전하고 있으며 금융기관 유동성도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이 얼어붙은 증시에서 희망의 싹들이 돋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순상품 교역조건이 회복되고 있어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 중 바닥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증시의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평가됐다.

서 센터장은 "경기에 대한 선행지표라는 주가지수의 특성상 경기가 마이너스권으로 악화하기 전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권에 접어들었을 때 오히려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경험적으로 봤을 때 주가는 양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