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씨(35)는 최근 평일에 시간을 내,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속한 길드(똑같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의 길드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접속해 있었기 때문. 한 씨가 속한 길드는 30~40대 남성 직장인으로 구성돼, 평소 낮에는 접속자가 5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퇴직, 무급휴직 등의 영향으로 한 낮에도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길드원이 두배나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이 늘면서 게임 관련주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급등세다. 시장 일각에서는 급등세로 가격 부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게임주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 1분기 실적 전망 '好好'
12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643억1600만원, 390억9200만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18.9%와 12.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1분기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합산 매출액은 1814억4000만원, 영업이익은 487억6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26.1%와 38.2% 증가할 전망이다. 전분기보다는 10.4%와 24.7% 늘어난 수치다.

최근들어 올해 1분기에 대한 실적 추정치는 올라가는 모습이다. 대우증권이 전날 내놓은 이들 종목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33.6%와 58.3%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에 나온 다른 증권사들의 평균 예상치를 웃도는 것.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겨울 방학 성수기 효과에다 ‘아이온’, ‘프리우스 온라인’ 등 신규게임 매출액이 반영되기 시작하고 중국 등에서 해외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 따른 해외 로열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 수출업에서 해외 현지 매출의 20~30%를 로열티로 받는 산업은 게임산업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작년 게임업체들의 수출이 1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게임 수출은 추가로 원가가 발생하지 않고 최근 원화 약세에 따른 수혜까지 받고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도 경기침체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08년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규모는 208억 위안(약 4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2.2% 성장해,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 2012년에 는 686억 위안(1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주요 쟝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중국에서 현재 가장 큰 인기 MMORPG는 국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미르의전설2'"라며 하지만 "'미르의전설2'가 이미 출시된 지 7년이 넘은 오래된 게임이고 신규 게이머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09년 2분기 중 샨다(shanda)를 통해 상용화 될 국내 대작 MMORPG '아이 온'에 유리한 시장상황"이라고 판단했다.

◆ 주가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싸다'
게임주들의 주가는 이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말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 '아이온'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년 10월28일 기록했던 저점(2만2900원)에서 전날까지 176%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도 각각 작년 저점보다 209%와 160% 가량 급등했다.

그 밖에 웹젠의 주가가 763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고, 코스닥 새내기주인 엠게임의 주가는 1만7750원으로 공모가 1만원에 비해 70% 넘게 상승했다.

이처럼 급등했지만 국내 게임기업들의 주가는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게임 기업과 비교해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게임 업종 2009년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업종 평균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며 "한국 게임 업종의 2009년 순이익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저평가 정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CJ인터넷(PER 8.9배)과 네오위즈게임즈(7.3배)는 미국 게임 업종 평균 20.9배와 일본 게임 업종 평균 11.5배에 비해 크게 낮은 주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09년 기준으로 주요 글로벌 게임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을 기록할 전망이며 '아이온'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 EPS 전망치의 추가 상향이 기대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 업종은 아직도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경기 내성이나 게임 개발 력이라는 질적인 평가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게임 업종에 대한 재평가가 기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철 애널리스트도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의 약세를 게임주의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내놓고 목표주가 8만6000원을 제시했지만 10만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했다.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에도 각각 2만2000원, 3만2000원, 2만5000원을 내놨다.

한경닷컴 정형석/문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