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투자 지분에 대한 '중고 거래'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자신이 투자한 헤지펀드가 환매 요구에 응하지 못해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이 액면 가치보다 훨씬 싼 값에 자신의 투자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는 '헐값'에라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에 지분을 내놓고,매입자는 향후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헤지펀드 판매회사인 코젠트 얼터너티브 스트래티지스가 최근 설립한 온라인 중개 시스템에는 헤지펀드회사 시타델의 간판 펀드인 '켄싱턴펀드'를 비롯 '하빈저 캐피털펀드''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펀드'의 지분 수백만달러 어치가 거래 중이다. 헤지펀드 거래 중개회사인 헤지베이는 지난해 거래 규모가 10억달러로 늘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아스 튜타 헤지베이 창설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자가 바뀌는 것을 꺼리고 판매자들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지분을 내놨기 때문에 거래가 매우 적었다"며 "그렇지만 최근엔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싼 값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베이에서 거래되는 헤지펀드 지분의 할인율은 1년 전엔 평균 '제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4%에 달하고 있다. 글렌 베이글 코젠트 최고경영자(CEO)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도 불만에 찬 투자자보다는 기꺼이 돈을 맡기려는 투자자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밝혔다.

다만 펀드매니저들에겐 수수료를 받기 전에 펀드가 이전에 달성했던 최고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중간에 지분을 넘겨받은 투자자들은 이전의 최고 수익률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