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유럽 증권거래소 운영사인 나스닥 OMX의 크리스 콘캐넌 사장이 이달 초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청산소' 관련 발언을 위해 미 의회 증언대에 서자 많은 의원들은 "왜 증권거래소 사람이 여기에 나왔을까"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나스닥이 전 세계에 8개의 청산소를 운영하는 업체란 사실을 몰랐다.

청산소는 증권이나 선물 거래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각각의 상대방이 돼 거래 이행을 보증하고 거래 종료 때까지 계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한국거래소(KRX)가 청산소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지만 외국에선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나스닥이 본업인 거래소 외에 세계 곳곳에 청산소를 운영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증시 침체로 거래와 순익은 급감하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소들이 신사업 개척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세계 증권거래소, 신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지난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거래는 1040만계약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헤지펀드 등 파생상품 시장의 주요 거래 주체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과 유럽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증권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NYSE유로넥스트는 지난해 4분기 13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1년 전 1억5600만달러의 순익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거래소들은 더 이상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사업 다각화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나스닥은 최근 장외 금리스와프 거래 청산을 담당하는 국제파생청산그룹(IDCG)의 지분 절반을 인수했다. 또 지난주에는 범유럽 전자거래 플랫폼인 '터퀴즈(Turquoise)'의 청산을 담당하는 EMCF의 지분 22%를 사들였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와 제휴,이르면 4월께 국내외 벤처기업을 상장시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만이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거래소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장외파생상품(OTC) 청산소다. 미국과 유럽 등이 앞장서 설립을 추진하는 CDS 청산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시장 규모가 33조달러로 추정되는 CDS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뇌관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CDS 청산소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된 상태다. 여기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CME,유럽을 대표하는 유로넥스트,도이체뵈르제 등이 달려들고 있다. CDS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도록 상품화한 파생상품이다.

이처럼 신사업 확장 경쟁까지 불붙으면서 거래소들의 합종연횡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하나로 뭉친 유로넥스트가 미국의 NYSE와 합병,NYSE유로넥스트라는 세계 최대 거래소로 재탄생했다. 미국 나스닥과 북유럽의 OMX도 하나로 합친 상태다. 증권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차이-엑스의 피터 랜달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세계 거래소들도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승자가 되기 위한 짝짓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