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절차에 고객 불만…발길 돌리기도
증권사도 우왕좌왕, 금투협엔 문의 쇄도
자통법시험.암행감사.커닝…조기적응 잰걸음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지 10일로 1주일째를 맞았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여전히 마찰음을 내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지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볼멘소리가 잇따르는 것이다.

자통법 시행 전에는 신규 고객이 증권사 객장을 찾으면 계좌개설과 상품가입까지 20∼30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으로 모든 고객은 투자성향 설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증권사들의 고객에 대한 자통법 및 투자상품 등에 대한 설명 의무도 대폭 강화돼 보통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가 됐다.

이 때문에 증권사 객장을 찾은 고객들 가운데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통법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또 고객들의 투자성향과 투자가능 상품 간의 괴리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 고객의 투자성향이 대체로 안정형으로 나오는 데 반해 가장 일반적 간접투자상품인 주식형펀드는 고위험에 분류돼 있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필 서명 없이는 해당 상품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고객들이 아예 발길을 돌리거나, 아니면 투자성향을 무시하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자필서명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시행 초기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증권사들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는 같은 고객이 신규상품 가입 시마다 몇 번씩 투자정보 확인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고객이 투자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증권사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증권 안성환 영등포지점장은 "자통법 시행 1주일이 됐지만 까다로운 절차로 고객들이 아직 많이 불편해하고 있어 부담스럽다"며 "서로 적응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조기 적응하려는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 등은 고객을 상대로 온라인으로 투자정보 확인서 작성을 독려하는 경품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또 삼성증권은 오는 1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통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총 50문항의 시험을 시행하기로 했다.

직원들을 독려하고, 주위를 환기시키겠다는 취지다.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에서 실시하는 '미스터리 쇼핑'과 별도로 한국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가 일선 영업점을 감시하는 '암행감사'도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타 증권사들이 고객에 대한 투자권유를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보려고 몰래 타 증권사 영업장을 엿보는 일도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포괄주의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한 자통법의 시행으로 거의 무제한으로 상품 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들의 상품 경쟁에도 시동이 걸렸다.

미래에셋증권이 9일 업계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미래에셋 파생상품연계증권(DLS) 제87회'를 출시했고, 굿모닝신한증권도 자통법 시행 첫날인 4일 새로운 자본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랩어카운트 상품 '더 랩 610 전환형'을 출시해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상품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 증권사 지점장은 "자통법은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만큼 고객들의 이해와 금융투자회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이 율 기자 lkw777@yna.co.kr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