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200고지는 만만치 않다. 지수 상승을 이끌어 왔던 외국인은 지수가 1200대로 올라선 6일과 9일 각각 984억원, 491억원으로 순매수 규모를 줄이더니 10일 오전 급기야 팔자로 돌아섰다.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정체되면서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도 연일 차익실현에 나서며 지수 발목을 잡고 있다. 투신권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출이 연초 이후 약 600억대에 이르면서 주식형펀드의 주식매수여력은 2007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비는 역사적 고점(96%)부근까지 증가됐는데 이런 수준에서 투신권은 추가적인 주식편입보다는 환매에 대비한 현금확보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KB증권은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 매수여력 저하로 기관의 차익실현 욕구는 점증할 것"이라며 "스마트 머니의 펀드유입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투신권 수급악화는 불가피해 기관 매도에 대한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금 비중이 낮은 상태에서 주가 반등에 따른 환매 요구가 늘게 되면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다"며 "올 들어 개인들이 1조9000억원의 매도에 나서는 등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고 있어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 증가에 따른 매수여력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사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업종별 모멘텀(재료)에 따라 매매에 나서며 수익률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때문에 기관의 매매전략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9일 기관은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업종을 내다 팔았지만 금융업종과 건설업종은 각각 988억원, 537억원 순매수했다. 이같은 기관 매수에 힘입어 건설업종은 지수 하락에도 1.77% 강세를 보였으며 무디스의 은행 신용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종은 0.45% 올랐다.

10일 오전 현재 기관은 금융업종을 272억원 순매수하며 금융주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종도 75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기관의 행태"라며 "전날 은행, 건설업종을 매수하는 행태를 보인 것은 미국 금융구제책과 금통위의 금리인하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기관의 수익률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밴드플레이를 펼치는 기관의 매매전략도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정책수혜주와 모멘텀을 장착한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코스닥이 강세를 보인 지난 12월 이후 주요 매매주체별 순매수 종목을 보면 지속적 순매수를 보인 투신, 연기금 등은 풍력, LED(발광 다이오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9일 현재까지 투신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종목은 서울반도체, 현진소재, 셀트리온, 평산, CJ홈쇼핑, 성광벤드, 태웅 순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미국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최종의결할 경우 최대 수혜가 기대되는 현진소재를 8일 연속 순매수했고 일본 경쟁사와 특허분쟁이 타결된 서울반도체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 10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동안 서울반도체 주가는 60% 이상 급등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는 이런 종목들의 모멘텀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실적이 나오고 있고 정부 정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지수가 1200선 돌파를 위해 지루한 공방전이 펼는 가운데 기관의 '치고빠지기'전략에 동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장세대처법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