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집중 매도하면서 10일 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1200선 밑으로 밀렸다.

1월 초에 이어 또다시 1200선은 '2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달 설연휴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이 돌연 매물을 쏟아내자 취약한 수급 상황이 버텨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영국계 펀드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원 · 달러 환율 효과와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동안 외국인 매수세의 요인으로 꼽혀온 만큼 이 점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서 외국인 순매수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변심'에 1200선 깨져

이날 장이 열리자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194선까지 주저앉았다.

한 외국계 펀드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을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증시가 이틀간 1200대에 머물러 가뜩이나 부담이 컸던 상황에서 영국계 장기투자펀드가 한국 주식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삼성증권 창구로 대형주들을 묶어 2000억원 정도의 매도 주문을 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수가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삼성전자 포스코 KB금융 신한지주 현대차 LG전자 등 대형주의 매도 주문 1위 창구로 떠올랐고,외국인이 장 초반 1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보이자 지수는 한때 1186선까지 급락했다. 이어 낮 12시를 전후해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수세가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지수는 낙폭을 만회하기 시작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82포인트(0.32%) 내린 1198.87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증권이 매도 주문 1,2위 창구로 나타난 삼성전자 KB금융 LG전자 삼성화재 등이 외국인 순매도 1~4위에 올라 소문을 뒷받침했다.

외국인은 10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유가증권시장에서 212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순매수로 전환한 뒤 전날까지 9거래일간 1조6637억원을 순매수해 3년 만에 최장기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순매수했던 전기전자(-728억원) 업종을 집중 매도했으며 금융(-435억원) 화학(-326억원) 건설(-118억원) 등의 업종에서도 매물을 쏟아냈다.

◆순매도 이어지진 않을 듯

전문가들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국내 기업들의 상대적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속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매도는 특정 세력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많은 데다 환율 효과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외국인의 시각이 아직까지 한국 주식을 처분할 정도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수 박스권 상단에 대한 저항과 미국 구제금융안의 불확실성 부각 등으로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지만 추세적 순매도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영업본부장은 "한국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블루칩 위주로 장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고,외국인 매수에서도 아직까지는 대형 · 장기 펀드들이 돋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선 경기 회복 신호를,미국에서는 주택문제 해소 시그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