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SK브로드밴드에 대해 증권사들이 잇따라 목표가를 낮췄다.

9일 동양종금증권은 SK브로드밴드의 목표주가를 기존 9000원에서 6000원으로 내려잡았다. 대우증권(8000원→6500원), 현대증권(9200원→7500원), 굿모닝신한증권(8300원→7300원), 대신증권(7400원→6800원) 등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436억원을 기록했고, 이 기간 매출액은 44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가입자 유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동양종금증권은 "SK텔레콤 인수 이후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가입자 유치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펀더멘털(내재 가치)의 변화였다"며 "그러나 인수 이후 9개월이 지난 후에도 의미 있는 성과 개선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SK브로드밴드의 유통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해 마케팅비 지출에 의존하는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게 동양종금증권의 분석이다.

현대증권도 "할인 프로모션 강화로 매출이 감소했고, 금융비용 증가로 당기 순적자가 확대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 등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있는 중이지만 가입자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 마케팅 강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로 올해 SK브로드밴드의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터넷TV(IPTV) 실시간 방송이 지연되는 등 네트워크 경쟁력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열세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우증권은 "올해 유선통신 시장이 유·무선 결합 판매 확대로 인한 경쟁 환경 조성에 따라 월 평균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하락할 것이며 이에 따라 매출 성장이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결합 판매 확대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와 지난해 증가한 차입금의 영향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며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HMC투자증권도 "SK브로드밴드의 올해 실적 추정치를 당초 매출액 1조9330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에서 매출액 1조9050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계열사 브로드밴드 미디어도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브로드밴드 미디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10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브로드밴드 미디어에 1000억원을 증자하는 등 모회사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SK그룹 내 통신업체 구조개편 모멘텀도 약화되고 있다"며 영업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9일 오전 11시 29분 현재 SK브로드밴드는 1.52% 내린 5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