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려시 내국인보다 지수 낮게 보여
글로벌 간판기업 선전도 매력포인트


기업실적 악화와 거시경제 지표의 추락 등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연이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외국인 시각으로 보면 한국 주식을 `살 만하기 때문에 샀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1조8천24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9천239억원, 기관은 5천84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모두 25거래일간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날은 16일로, 개인(11일)과 기관(8일)보다 훨씬 많다.

지난달 28일 이래 8거래일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2007년 4월 13~24일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이래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내국인(개인과 기관)이 외면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처럼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외국인 시선으로 한국 증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흐름을 지난해 초(100)를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지난해 10월 저점은 원화 기준으로 51.7인데 비해 달러 기준으로 하면 32.4로 나타났다는 것.
환율을 고려해 바라본 국내 증시는 국내 투자자가 인식하는 것보다 20포인트 더 낮았던 셈이다.

작년 10월 이후 최근 증시 반등에 따라 원화·달러 표시 지수도 비슷한 폭으로 반등했지만 지난 5일 현재 달러 기준은 45.5로 원화 기준 저점(51.7)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또 주요 아시아 국가의 주가지수를 달러로 환산하면 지난해 대비 올해 코스피지수의 하루평균 수익률은 -42%로,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35%)나 일본 토픽스지수(-20%)에 비해 훨씬 낮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국내지수 하락률이 커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환율을 감안할 때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이 최근 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싼 가격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선전하는 것도 외국인들을 국내 증시로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것.
세계 5위 D램 생산업체인 독일 키몬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삼성전자가 이른바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자로 부각되고 있으며, 현대차는 침체에 빠진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대형 업체로는 유일하게 판매량이 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이 포함된 IT와 자동차 업종의 주식을 많이 사들였으며,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현대차의 주가가 최근 2주간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한국 상장사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고 구조적으로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수혜기업이 포진해 있으며 환차익으로 인한 이득도 있다"며 "외국인들은 강도가 세지는 않겠지만 올해 내내 한국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