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이 인터넷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래된 국내 불황 속에서 전년 대비 31.3%나 늘어난 1조2081억원의 매출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매출액 31510억920만원,영업이익 1236억7400만원을 기록,전분기 대비 각각 7.5%,11.0%씩 늘어났다. 겨울방학이라는 계절적 성수기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불황기가 인터넷 기업에겐 '특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집에서 검색하고 게임하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수록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는 인기를 끌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 게임.NHN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게임 포털 한게임을 모두 운영하는 국내 1위 인터넷기업으로 불황 덕을 톡톡히 봤다. 황인준 NH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컨퍼런스콜에서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광고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검색광고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게임은 경기와 관계 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인 만큼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NHN의 매출 구성원을 보면 검색 매출이 전체의 49.6%인 1562억900만원을 차지했다. 검색 매출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특정 검색어와 웹사이트를 노출하는데 드는 광고주의 광고비용을 말한다. 네이버는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마다 한 건의 클릭당(CPC) 최소 몇십원에서 최대 몇십만원을 해당 업체로부터 받고 있다. 스폰서링크,파워링크,플러스프로,비즈사이트 등 포털 상단에 배치하는 조건으로 정량제(CPM) 광고를 할 경우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5만원의 정액을 받기도 한다. 최휘영 NHN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온라인광고는 방송,신문 등 기존광고보다 저렴하고 동영상 등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온라인광고의 미디어믹스 효과를 살릴 수 있으면서 광고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광고모델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은 개편한 네이버 메인화면 성격에 맞는 배너광고 신상품을 이달 안에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NHN의 한게임 역시 지난해 연간매출 3666억8600만원을 올려 2007년보다 51%나 성장했다. 한게임은 현재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포함한 플래시게임,역할수행게임(RPG) 등 340여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게임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4% 늘어난 963억4600만원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24.3%나 늘어난 수치다. 정욱 NHN 한게임 사업그룹장은 "올해는 한자마루,두뇌테스트 등 교육용 게임을 비롯해 졸리타이밍 등 톡톡 튀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웹보드게임 위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일본,중국,미국 등에서도 성공적인 글로벌 게임포털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쏠림현상도 한몫

NHN이 불황 속에서도 매출 1조를 돌파한 원인으로는 업계 1위로만 쏠리는 '쏠림현상'도 꼽힌다. 가장 많은 검색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차곡차곡 쌓여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것.국내 한 포털 관계자는 "미국 하면 구글,일본에선 야후재팬,중국에선 바이두가 업계 1위를 달리는 것처럼 한국에선 네이버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찾는 포털 1위 자리에 올라 습관처럼 드나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NHN은 5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는 얼마나 더 불황이 이어질 지 몰라 가이던스를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한게임이 올해도 불황을 먹고 쑥쑥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인준 NHN CFO는 "불황이라 그런지 의류,컴퓨터 등 소비재 관련한 검색어는 검색순위에서 뒤쳐지고 있지만 교육,학원,건강 관련 검색어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광고주들도 여전히 관심을 갖는 검색어다"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