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SMS)가 주가를 움직여 화제다.

증권업계 기자 160명과 펀드매니저 950명은 3일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부터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현대상사·LG상사·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 3인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짧막한 분석이 이 메시지의 요지다.

이 애널리스트의 '주식 마케팅'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일까. 현대상사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대우인터내셔널과 LG상사는 약 4~5%의 주가상승률을 보이며 장을 마쳤다.

이들 주가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박종렬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다. 박 애널리스트는 "미리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를 짧게 요약한 것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쓴 분석보고서를 편집, 장중에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박 애널리스트의 마케팅 활동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 긍정적이다. 문자메시지의 수신대상 1100명중 박 애널리스트에게 메시지 거부요청을 한 펀드매니저는 단 8명에 불과하다.

사내 임·직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규영 HMC투자증권 대구지점 사원은 "박 애널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주가전망을 업데이트를 해줘 투자판단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실제로 박 애널리스트의 추천종목을 매매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기업들의 주가흐름을 실시간으로 살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전날 '대우인터내셔널이 드디어 전고점을 돌파, 장기투자로 장기투자 대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장중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전고점을 돌파하기 직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판단해 문자메시지로 주가흐름에 대한 분석을 전달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단기투자에 몰두하지 말고 전고점을 돌파한 순간부터 장기투자 대상으로 접근하라는 의견을 장중에 주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의 이러한 PR 행동은 최근 국내 최대 증권사인 삼성증권이 검토중이라는 '증시보고서 유료화' 방침과 대조를 보여 이목을 끈다. 그런데 박 애널리스트도 리포트 유료화 방침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내 증권업계는 여지껏 수수료 파격인하 등을 통해 과잉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에 바빴다"며 "투자자들도 공짜 자료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시 보고서가 유료화될 경우 애널리스트들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몸값을 요구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시장이 하락할 경우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증시 보고서는 주식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